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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이별'…韓 AI스타트업, 그 기술로 美AMD 투자 유치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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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모레(MOREH)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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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스타트업 모레가 미국 반도체 기업 AMD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레는 엔비디아의 GPU 같은 특정 반도체에 얽매이지 않고 AI 모델을 개발·서비스 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AI용 반도체 시장 90% 이상을 독점한 엔비디아와 ‘안전한 이별’을 보장하는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이야 

26일 모레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2200만 달러(약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 투자에 KT와 AMD가 전략적 투자자로,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모레는 지난 2020년 설립된 4년차 스타트업이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AMD와 협업해 AI 업계가 보다 효율적으로 차세대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브래드 맥크레디 AMD 데이터센터 GPU 및 가속 프로세싱 사업 부문 부사장은 “AMD 생태계에 참여한 모레는 최적의 AI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수 회장은 AMD의 신형 AI 반도체 MI300을 공개했다. 뉴스1

지난 1월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수 회장은 AMD의 신형 AI 반도체 MI300을 공개했다. 뉴스1

무슨 의미야

엔비디아 GPU가 장악한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GPU 이외의 다른 종류의 칩으로 문제 없이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기술들이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GPU가 고가임에도 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엔비디아 탈출’에 대한 기업 수요가 절실하기 때문.

모레 조강원, 윤도연 대표. 사진 모레

모레 조강원, 윤도연 대표. 사진 모레

모레는 “고객들은 모레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AI 모델을 코드 변경 없이도 엔비디아 아닌 다른 업체의 AI반도체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라고 밝혔다. 모레·AMD·KT는 AMD의 GPU와 모레의 소프트웨어를 결합, KT의 AI 클라우드 위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하이퍼 스케일링 AI 컴퓨팅(HAC)’라는 AI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HAC가 엔비디아 GPU 서버와 성능에서 대등하다고 주장한다.

이게 왜 중요해

AI 반도체 자체는 하드웨어지만, 경쟁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AMD 같은 AI 반도체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는 엔비디아의 기술 해자(moat)는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 엔비디아는 2007년 선보인 AI 개발 플랫폼 ‘쿠다’를 대학과 개발자 커뮤니티에 무료 배포했고, 구글 텐서플로나 메타의 파이토치 같은 머신러닝 프레임워크가 쿠다에 최적화돼 만들어졌다. AI 개발자라면 벗어나기 어려운 쿠다 생태계가 구축된 것.

시장은 GPU의 대항마 만큼이나, 쿠다의 대항마를 찾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듈라(Modular)는 미국의 대형 벤처투자사(VC) 제너럴 캐털리스트(GC)와 구글벤처스 등으로부터 1억 달러(약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듈라가 지난 5월 공개한 AI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모조(Mojo)’가 쿠다의 대안으로 급부상해서다. 모조를 사용하면 AI 개발자가 GPU 이외의 하드웨어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것.

모레 AI 인프라 스택. 사진 모레

모레 AI 인프라 스택. 사진 모레

이걸 알아야

모레나 모듈라가 내놓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의 성능은 AI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현재는 싸고 성능 좋은 AI 반도체를 내놓는다 한들, 고객들이 ‘엔비디아 GPU가 아닌 다른 칩에서 AI 모델이 제대로 구동될까’ 우려하며 선뜻 손을 뻗지 않는 상황이다. 오픈AI의 GPT나 메타의 라마(LLama)같은 거대언어모델(LLM)들이 대개 엔비디아 GPU 환경에서 개발됐기 때문이다.

자체 소프트웨어로 답을 찾는 반도체 업체도 있다.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의 조너선 로스 CEO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창업 후 6개월은 칩 설계가 아닌, 소프트웨어 설계에 전념했다”라고 말했다. 그로크는 자사 칩에서 AI 모델·소프트웨어가 구동되도록 코드를 자동 생성하는 컴파일러를 보유했다. 지난 2월 메타가 라마를 공개하자, 그로크는 이 컴파일러를 사용해 3일 만에 라마를 자사의 LPU 시스템에서 구동시켰다.
모듈라 투자를 주도한 퀜틴 클라크 GC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반도체 간 자유로운 호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조 같은 AI용 언어가 확산됨에 따라, 반도체 업체 간 가격·속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과 ‘AI 칩’ 손잡은 그로크 “진짜 승부, 엔비디아 아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서 4nm 칩을 생산하기로 한 미국의 AI 스타트업 ‘그로크’. 그로크 창업자와 더 자세한 인터뷰는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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