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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맛있는 쌀은 좋은 품종에서 나와 … 도정 순간부터 산패 시작해 빨리 먹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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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좋은 쌀 고르기부터 보관법까지’이렇게 하세요
쌀알 형태 깨지지 않은 완전미 등급도 중요해
찰기를 원하면 아밀로스 함량 낮은 걸 골라야 

품질 좋은 쌀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정보들을 정리해봤다. 쌀의 특징부터 단백질과 아밀로스의 함량, 쌀의 등급과 완전미, 쌀 보관법 등에 관한 이야기다.

1. 가장 중요한 건 품종이다

미질(米質)은 쌀의 품질을 뜻한다. 미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품종이다. 대표적인 향미 ‘골든퀸’을 육종한 시드피아 조유현 대표는 “미질에서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30~35% 정도인데 많게는 45%까지 차지한다”고 말한다. 맛에서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산지의 기후도 중요하다. 조 대표는 “벼는 꽃이 핀 후 일교차가 크고 비가 적어야 맛이 좋아진다”고 덧붙인다. 또 토질, 재배방법과 수확 후 저장에 따라서도 미질은 달라진다.

2. 단백질 함량이 밥맛을 결정할까?

단백질 함량이 낮은 쌀이 부드러운 건 사실이다. 단백질이 많아지면 쌀의 수분 흡수를 방해해 밥맛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국립식량과학원 정오영 연구관은 “보통 단백질 함량이 6~8% 정도인 쌀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단백질 함량이 낮은 쌀만 찾을 필요는 또 없다. 쌀 큐레이터이자 동네정미소의 김동규 대표는 “단백질 함량이 밥맛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면서 “밥의 부드러움은 품종의 특징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단백질 수치는 참고하는 정도로 보면 된다”고 덧붙인다.

3. 단백질 함량은 재배법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단백질 함량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비료의 양에 따라 함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질소비료를 과하게 주면 벼에 단백질이 축적돼 단백질 함량도 늘어난다. 벼가 영양을 과잉섭취해 작물의 수량은 늘릴 수 있지만, 쌀은 푸석해져 맛이 떨어지고 향미의 경우에는 향이 약해진다. 조유현 대표는 “품종이 아무리 좋아도 시비량이 많아지면 품종 고유의 맛을 80% 정도밖에 내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4. 아밀로스 함량이 낮으면 찰기는 강해진다

밥의 탄력은 쌀의 전분을 구성하는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비율에 따라 변한다. 일반적으로 찹쌀은 아밀로펙틴이 100%인데 일부 아밀로스가 적게 함유된 품종도 있다. 따라서 아밀로스가 5% 이하면 찹쌀, 그 외는 멥쌀(보통 18~20%)로 분류한다. 찰기가 찹쌀과 멥쌀의 중간 정도인 ‘중간찰(반찹쌀계)’ 품종도 있다. 중간찰의 아밀로스는 7~14% 정도다. 즉, 찰기가 강한 걸 원하면 아밀로스가 낮은 품종을 고르면 된다. 밥할 때 멥쌀에 찹쌀을 일부 섞듯이, 멥쌀에 중간찰을 섞어서 밥을 지을 수도 있다.

5. 품종만큼이나 중요한 등급과 완전미.

등급은 ‘특’과 ‘상’, ‘보통’으로 나뉜다. 세 가지 등급과 별도로 ‘완전미’라고 표시된 쌀도 있다. 품종 고유의 쌀알 형태가 깨지거나 하지 않고 완전하게 발현된 것을 뜻한다. 완전립(식물 종자가 정상적으로 성숙해서 완전한 상태의 낟알)의 비율이 90% 이상이면 ‘특’이 되고, 96% 이상이면 ‘완전미’라고 별도 표시한다. 눈으로 봤을 때는 쌀이 깨끗하고 투명하며 윤기가 있으면서 깨지지 않은 게 좋다. 다만, 찹쌀과 중간찰은 불투명한 색을 띤다.

6. 혼합미 대신 단일품종을 고르는 이유

동네정미소 김동규 대표는 “품종을 알고 섞으면 블렌딩, 모르고 섞으면 혼합미”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쌀도 블렌딩할 수 있다. 집에서 백미에 보리와 콩을 섞어도 블렌딩이니까. 하지만 생산이나 유통 단계에서 혼합되면 어느 품종을 썼는지 알 수 없다. 그건 블렌딩이 아니라 품종의 특징이 사라지는 혼합미다”라고 덧붙인다.

7. 생산연도와 도정날짜를 알면 크게 실패할 일은 없다

생산연도는 당연히 그해 나온 햅쌀이 가장 좋다, 도정날짜 역시 빠른 게 좋다. 쌀은 도정한 순간부터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패하기 때문이다. 김동규 대표는 “가능하다면 도정 2주 안의 쌀을, 늦어도 1달 이내의 쌀을 소비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 이상이 되면 맛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서다. 또한, 김 대표는 “사람들이 쌀 보관법을 종종 물어보는데, 보관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 달 동안 먹을 양을 사서 밀폐한 후 김치냉장고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8. 향미도 저온 보관해야 한다

향미의 향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주로 약한 향을 선호하는 편이다. 향미는 생쌀 자체에도 약간의 향이 있고, 밥을 지으면 향이 더 강해진다. 중국의 식물학자 스쥔이 쓴 책 『미식가를 위한 식물사전』에 따르면 “향미의 향기 성분은 주로 벼 껍질과 현미 껍질층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시드피아 조유현 대표는 “쌀눈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인 2분도나 3분도, 5분도로 도정하면 가장 좋다”고 말한다. 향미 역시 15~20도 정도의 저온 보관이 필요하다. 향은 휘발성 물질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보관온도가 높을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도움말=시드피아 조유현 대표·동네정미소 김동규 대표·국립식량과학원 정오영 연구관

참고자료=‘한일 쌀 품질 분석과 이용(국립식량과학원)’, ‘밥과 쌀에 대한 의문(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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