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냐"…은행이 손뗄때 투자한 새마을금고, 1.5조원 날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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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 연합뉴스

자금 건전성 문제가 불거져 한때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맞았던 새마을금고가 이번에 부실 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부실위험에 1금융권 빠졌는데

26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2년여 전부터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제1금융권이 부실위험을 미리 감지, 손을 떼기 시작할 때였다.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업 투자금액은 총 56조4000억원인데 이 중 물류센터 투자금이 1조5000억원(2.7%)에 달한다.

물류센터 수요는 한때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다. 코로나19 발생 이듬해인 2021년 수도권 물류센터 공실률이 1%(연면적 3만3000㎡ 이상 기준)까지 떨어졌다. 일 년 전엔 3.2%였다. 건설업계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고 한다.

사업성 떨어진 물류센터

하지만 경기가 꺾이고 물류센터 공급 과잉 현상이 생기면서 사업성이 떨어졌다. 지난해 건축 인허가를 받은 수도권 물류센터 148곳 중 118곳(79.7%)이 사업성 악화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공실률도 치솟았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분석 결과 수도권 대형 물류센터 공실률은 지난해 10%, 올해 상반기 기준 17%를 기록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물류센터를 지은 시행사들은 인수할 사업자를 찾지 못해 대출금은 물론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까지 주지 못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터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웅 의원. 연합뉴스

"상투 잡아 큰 손해 본 주린이 같아"

김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국감에서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걸 보통 ‘주린이’(주식+어린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시장 들어가서 ‘상투 잡아’(어떤 종목을 너무 비싼 가격에 샀다는 의미) 큰 손해를 본다”며 “새마을금고가 똑같다. 물류센터 개발에 1조5000억여원이란 어마어마한 돈 집어넣었다. 전형적인 상투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물류센터 공실률이 지금 엄청나게 치솟고 있는데, 잘못하면 (투자한) 새마을금고가 다 떠안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이날 종합국감에서는 새마을금고 여신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의 올 1분기 대출 잔액은 200조다. 4년 전 같은 기간(112조8000억원)보다 눈에 띄게 급증했다. 특히 건설·부동산업 부문 대출 연체율이 높다. 올 1분기 기준 8.75%다.

개발 안 되는 땅에 돈 빌려줘

부실 대출 사례는 경기도 용인시 성복지구 내 한 주택개발사업 관련이 대표적이다. 2019년 10월 전북 익산시 원광새마을금고를 포함한 10개 금고가 사업예정지를 담보로 459억원을 공동대출해줬는데, 개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토지였다. 또 부산 기장군에서 진행 중인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전국 새마을금고 30개 지점이 1000억원 정도 대출했다. 부산도시공사가 2018~2019년 사업자 공모를 위해 적용한 감정가(672억원 수준)보다 상당히 높다. 시행사는 최근 몇 달씩 이자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고 한다.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해당 부동산 감정가가 짧은 기간에 2배로 뛰었다”며 “새마을금고가 받은 감정평가액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의원실에 “단위 금고는 모두 ‘독립체’”라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유일한 중앙회 권한인 검사권을 발동할 수 없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종합국감에서는 새마을금고의 ‘태양광발전시설자금’ 대출 문제도 지적됐다. 태양광 대출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시작됐다. 대출 잔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기준 미회수 대출 잔금은 국감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8월 기준 대출실행 금액은 1조6160억원(5211건)으로 미회수 대출 잔금은 1조436억원으로 집계됐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