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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장인데 배는 되고 차는 안돼? 외국인 인력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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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자동차 정비소에서 직원이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 황인환 대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자동차 정비소에서 직원이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 황인환 대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30년째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황인환(64) 대표는 요즘 정비 인력 구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급여를 더 주고 다른 업체에서 데려오기도 했지만 이런 ‘돌려막기식 구인’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곳에서 일하던 정비사는 한때 35명이었지만 지금은 20명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모두 50대 이상 고령층이다.

황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자동차 정비 쪽으로 신규 인력 유입이 거의 끊겼다”며 “기술 배우러 오는 젊은이가 급감하면서 중소 정비소는 줄줄이 폐업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판금·도장 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인력 부족이 두드러진다.

25일 중소 제조·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구인난 해결을 위해 전문 기능을 보유한 외국인 인력 활용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젊은 층이 취업을 기피하는 자동차 정비 업계가 대표적이다. 정부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난 해소를 위해 2015년 비전문취업(E-9·단순직)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자동차 판금·도장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지난달 법무부는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발급 쿼터를 연 2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확대했다. E-9 비자로 입국해 4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가 소득, 한국어 능력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숙련기능직종(E-7-4) 비자로 변경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보도 부족하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E-7-4 비자’ 제도에 대해 79.2%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지난달 외국인을 고용한 63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무엇보다 요양 보호나 조선 배관, 식품 제조, 자동차 정비 등에서는 일반기능인력 비자의 “허용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 용접공, 선박 전기원, 선박 도장공에 더해 범위를 늘려 달라는 얘기다. 정성훈 서울시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같은 도장(塗裝‧페인트 칠) 업무인데 외국인 기능인력 고용이 선박은 되고, 자동차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러면 E-7 비자 변경 쿼터를 늘려도 일부 업종엔 무용지물이다. 실정이 맞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조선 산업은 국가의 주요 기간 산업으로 경제적 효과, 업계의 심각한 구인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E-7에 해당하는 직종 추가를 요청하고 있어 각각의 주무 부처와 협의해 신중하게 직종 허용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순직·전문직 외국인 인력 유입은 불가피하다”며 “정책 기조를 외국인 인력 확대로 정한 만큼 외국인 관련 컨트롤타워를 세워 미시적·선제적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면서 이민 정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총체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7 비자=직업 분류와 직무 능력에 따라 전문직종(E-7-1), 준전문직종(E-7-2), 일반기능직종(E-7-3), 숙련기능직종(E-7-4)으로 구분한다. E-7-3은 법무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전문 지식·기술·기능을 가진 외국 인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정한 분야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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