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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예금금리가 1년짜리보다 높네…‘장·단기 역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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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근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기약 없이 밀리면서, 금리 변동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소비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만기가 1년이 안 되는 초단기 예금 상품의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일부 상품은 만기가 긴 상품의 금리를 추월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 스타 정기예금’의 6개월 만기 상품의 금리는 연 4.08%(최고 우대금리 기준)로 1년 만기 상품(연 4.05%)보다 0.0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말까지 1년 만기 예금 상품의 금리가 6개월 만기보다 0.1%포인트 높았지만, 이번에 역전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와 ‘NH올원e예금’ 정기예금도 만기 6개월 상품의 금리가 연 4.05%까지 올랐다. 같은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금리가 연 3.95%임을 고려하면 0.1%포인트 높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6개월 만기와 1년 만기 상품의 최고 금리가 각각 연 4.05%, 연 4%로 동일하다.

케이뱅크도 ‘코드K’ 정기예금의 만기 6개월 미만 상품 금리를 인상했다. 인상 폭은 ▶1개월 0.2%포인트 ▶3개월 0.3%포인트 ▶6개월 0.1%포인트다. 이 영향에 6개월과 1년 만기 금리(연 4%)가 같은 수준으로 맞춰졌다. 만기가 3~6개월인 초단기 예금상품의 금리도 연 3.8%로 1년 만기 상품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저축은행도 만기가 짧은 상품의 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아산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만기 6개월(연 4.51%) 상품이 만기 1년(연 4.31%) 상품을 0.2%포인트 차로 역전했다. 스타·오투·DH·동원제일·흥국저축은행도 6개월 정기예금 금리가 1년 정기예금 금리를 역전했다.

만기가 길수록 예금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은행은 예금을 오래 유치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만기가 긴 상품의 금리를 더 높게 잡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만기가 짧은 상품의 금리가 더 높은 ‘장단기 예금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예금금리 역전의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 장기화에 발맞춘, 은행권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내년부터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금리가 당분간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길게 맡기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지금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객 수요에 맞춰 은행도 초단기 예금 상품을 내놨고, 금리도 더 끌어올렸다. 실제 일부 은행은 1개월짜리 초단기 예금 상품까지 출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본 금리 연 2.5%에 31일 동안 매일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우대금리 0.1%포인트를 더 얹어주는 상품을 내놨다. 토스뱅크는 아예 이자를 미리 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수신 경쟁이 벌어지면서 고금리 예금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됐던 점도 예금금리 역전 현상을 불렀다. 지난해 고금리 예금 상품 대부분이 만기 1년에 집중됐는데, 이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이 자금 재유치 경쟁이 붙었다. 다만 또다시 1년 만기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 은행들이 내년에 재유치 경쟁을 또 벌여야 하니 초단기 상품으로 만기를 분산시키고 있다.

만기가 짧은 은행채 금리가 최근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채 발행 제한을 풀면서, 채권발행이 늘자 은행채 6개월물의 금리가 상승했다. 이 영향에 은행채 1년물과 6개월물의 금리 격차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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