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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택 늘리자 공공시설선 경영난 호소… ‘다자녀 혜택 확대’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17일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제37회 대구베이비&키즈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17일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제37회 대구베이비&키즈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년 인기 체능단 문 닫는다, 왜? 

“다자녀 할인(50%) 대상자 급증으로 꿈나무체능단은 정상운영이 어렵습니다. 내년 2월까지 운영한 뒤 문 닫겠습니다.”
부산시 산하 부산국민체육센터 홈페이지에 등장한 공지문으로 센터 측이 지난 19일 올렸다. 2003년 창단한 꿈나무체능단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체육ㆍ미술ㆍ국악 등을 교육, 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하지만 오는 31일부터 부산시가 다자녀 가구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하면 수강료 50% 감면 수강생이 급증한다. 이에 센터는 체능단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센터는 부산시 체육회가 위탁 관리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 기준을 완화해 혜택을 늘리려는 자치단체가 난관에 봉착했다.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각종 시설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는 수익감소분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전국 지자체에 ‘다자녀 기준 완화 및 혜택 확대’를 주문했다.

부산시는 지금까지 자녀 3명을 둔 가구를 ‘다자녀 가구’로 규정했다. 다자녀 가구엔 부산국민체육센터 같은 시 산하 공공시설 이용요금 감면을 비롯해 도시철도 요금 50% 감면, 광안대교 통행료 면제, 상하수도 요금 지원, 학교 우유 급식 지원,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줬다.

재정 부담에… 대상 늘지만, 혜택 제한적

이러던 부산시는 조례를 개정하고 다자녀 기준을 2자녀로 완화한다. 이 조례는 오는 31일 시행된다.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부산국민체육센터는 지난 19일 안내문을 통해 꿈나무체능단을 폐단한다고 밝혔다. 사진 부산국민체육센터 홈페이지

부산국민체육센터는 지난 19일 안내문을 통해 꿈나무체능단을 폐단한다고 밝혔다. 사진 부산국민체육센터 홈페이지

이 조례가 시행되면 부산 다자녀 가구는 2만5000여 가구에서 15만7000여가구로 크게 는다. 이 때문에 재원문제 등을 감안, 2자녀 가정엔 우선 공공시설 이용요금만 감면해준다. 내년부터 신설되는 ‘다자녀 교육 지원 포인트’ 또한 3자녀 가정엔 연간 50만원, 2자녀 가정엔 30만원을 지원하는 등 차등을 뒀다. 교재 구매, 학원ㆍ인터넷 강의 등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다. 현재 부산시는 이 사업에 200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고 논의 중이다.

부산국민체육센터는 다자녀 가구 기준이 완화되면 꿈나무체능단 요금 감면 수강생 비율은 기존 10%에서 77%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센터 손실이 연간 1억2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는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용료 감면에 따른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연간 손실은 2억1000만원에서 6억3700만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감면에 따른 손실 보전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재정 뒷받침 필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내년 1월부터 다자녀 가정 기준을 종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한다. 하지만 도시철도 요금 할인 혜택은 지금처럼 ‘3자녀’까지만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3자녀 가구(2만 가정) 요금 감면액을 보전하는 데만 연간 36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2자녀로 확대하면 다자녀 가구는 11만5000가구까지 는다. 고교 입학 축하금 또한 셋째 자녀엔 50만원, 둘째 자녀엔 30만원을 지급하는 등 차등을 뒀다.

지난해 8월 1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조제분유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1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조제분유가 진열돼 있다. 뉴스1

대구시는 다만 식당ㆍ학원 등 가맹점 320여곳에서 5~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다자녀 우대카드’는 2자녀 가정에도 발급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혜택 대상을 늘려야 해 어려움이 따른다. 추가 혜택 등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대 김대래 명예교수는 “다자녀 가구 확대를 시도하는 지방정부마다 세원 분포와 재정 사정이 다르다”며 “출산ㆍ육아 복지에 쓰이는 재정은 일부라도 중앙정부 뒷받침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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