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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척 남아 '이스라엘 첩자' 됐다…하마스 장남 '지독한 배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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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마스를 세운 지도자 중 한 명의 장남이었다가 이스라엘 스파이로 활동한 모삽 하마스 유세프(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하고 있다. [CNN 캡처]

하마스를 세운 지도자 중 한 명의 장남이었다가 이스라엘 스파이로 활동한 모삽 하마스 유세프(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하고 있다. [CNN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인물이었다가 이스라엘의 스파이로 10년간 일한 뒤, 지금은 미국 시민 인물이 있다. 1978년생 모삽 하마스 유세프. 그는 1987년 하마스를 세운 이들 중 지도자인 하마스 유세프의 장남으로, 그를 칭하는 조직 내 코드명은 '녹색의 왕자님'이었다고 한다.

장남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차기 지도자로 유력했다. 그 자신도 반(反) 이스라엘의 피가 끓는다고 생각했다. 처음 체포된 게 10세였는데,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인에게 돌을 던진 혐의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1997년, 변심했다. 이스라엘 스파이가 되어 10년간 비밀 정보원 역할을 하다 미국에 이민, 기독교로 개종했다. 지금 그는 '조셉'이란 이름으로 통한다.

그가 보는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어떨까. 그는 CNN과 2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하마스의 목표는 단 하나, 유대인의 멸족이라면서다. 그는 CNN에 "하마스는 이번 전쟁에서 그 목표를 완수하지 못하더라도 얼마 안 가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하마스도, 이스라엘도 멈출 수 없는 이 싸움에서 어린이들을 포함한 희생자들만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의 폭격 현장. 지난 23일(현지시간) 장면이다. AFP=연합뉴스

이집트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의 폭격 현장. 지난 23일(현지시간) 장면이다. AFP=연합뉴스

그가 하마스의 차기 후계자에서 변절자로 변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2010년 펴낸 자서전에서 하마스의 고문과 폭력 현장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포로는 물론 조직 내에서도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 회의감이 들었고, 이를 끝내기 위해선 이스라엘 편에 서는 것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문을 당하는 이들의 절규를 들으면서 끔찍한 심정이 들었고, 이게 과연 무엇을 위한 일인가 생각하게 됐다"고 적었다.

조직을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조직 내에 남는 법을 택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입지를 이용해 이스라엘 측의 비밀첩보원으로 변신한 것. 그렇게 10년을 일했다. 자살폭탄 테러 공격 등의 정보를 미리 입수해 이스라엘 측에 흘려주는 방식을 취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무고한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다수 위험에 처해있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한 병원의 부상자들. 신화=연합뉴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무고한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다수 위험에 처해있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한 병원의 부상자들. 신화=연합뉴스

가자지구에 평화가 찾아올 순 없는 걸까. 그는 CNN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하마스가 정당과 같은 정치 목표의 단체가 아니라, 종교로 똘똘 뭉친 무장 단체라는 점 때문에 비극이 잉태된다"며 "하마스가 꿈꾸는 목표를 이루려면 이스라엘이 사라져야 하는데, 그건 현실 국제정치에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뭘까. 그는 "나는 지금 한 명의 평범한 미국 시민으로 이야기한다"며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가 하마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해온 일부 주장은 과장 및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미국 망명을 위해 사실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가 하마스의 후계자였다는 점과, 이스라엘 비밀 첩자로 10년을 보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이 전쟁의 민낯은 추악하다"며 "평화를 위해선 정교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CNN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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