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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男도 선배 대우"…계보도 없는 '크레딧 조폭' 정체 [월간중앙 단독취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남 롤스로이스男도 선배 대우했다”… 중랑구 출신 패거리가 결성한 ‘비즈니스 조폭’

문자 메시지 무작위 발송해 해외 선물 사기로 막대한 범죄 수익 거둬들여
명품 짝퉁 밀수입해 정품으로 속여 판 뒤 돈세탁하는 등 지능범죄에 능해

약물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신모(29) 씨가 8월 18일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약물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신모(29) 씨가 8월 18일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1990년대생 조폭 또래 모임인 ‘MT5’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MT5의 ‘윗선’으로 추정되는 신흥 세력의 존재가 확인됐다. 월간중앙 취재 결과 1989~1990년생이 메인급인 이 조직은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 ‘비즈니스 조폭’들의 수익 창구인 주식 리딩방과 해외선물 사기, 불법 토토사이트 운영 등의 금융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 조직은 중국에서 짝퉁 명품을 밀수해 국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허위 소득을 잡아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등 당국의 세무조사를 회피하는 지능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어 경찰 등 사법 당국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제보자의 진술 중에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주차 시비로 흉기 난동을 벌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속칭 ‘람보르기니남’ 홍모(31) 씨가 이 조직의 단합대회에 참석한 내용도 있다. 다만 홍씨는 이 조직의 정식 일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20·30대 애들은 과거의 조폭처럼 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데 관심 없다. 그냥 돈 되는 선배라면 누구든 형님으로 인사하러 다니고 일감을 받는 거래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최근 조폭 세태에 대한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합대회에서 홍씨를 봤다는 제보자도 기자에게 “그가 조직에 대한 소속 의식 없이 친목 도모 차원에서 이 조직과 어울렸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 조직은 메인급과 실무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친인척이 잡무를 담당하고 추가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MT5 등 20대 조폭들에게 하청을 주는 구조로 파악됐다.

조직의 메인급인 김모(35) 씨는 2008년 서울 중랑구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일진 패거리 출신으로 속칭 ‘롤스로이스남’ 신모(29) 씨와는 직계 선후배 관계로 알려졌다. “김씨는 발이 넓은 데다 이 바닥에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소문이 나서 지역을 불문하고 후배들이 그에게 다가가 한몫 챙겨보려고 들러붙는다. 신씨와 홍씨의 윗선이라는 얘기도 돈다.” 이들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의 설명이다. 다만 김씨는 신씨가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차를 몰다 20대 여성을 치어 뇌사상태에 빠뜨린 사건으로 MZ조폭의 실체가 드러나자 주변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금지령과 입단속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소문으로는 3개월에 한 번씩 사무실을 이전할 만큼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는 데 능하다고 한다.

계보에 없는 MZ조폭 ‘크레딧’ 조직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둔 해외선물 사기 범죄조직 ‘크레딧’ 조직원들이 8월 24일 경기 남양주의 한 풋살장에서 단합대회를 열고 있다.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둔 해외선물 사기 범죄조직 ‘크레딧’ 조직원들이 8월 24일 경기 남양주의 한 풋살장에서 단합대회를 열고 있다.

이 조직은 경찰의 범죄단체 관리대상, 즉 ‘범단’으로 구성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기성 조폭들의 행사장에 얼굴을 비치고 유착관계를 맺는 등 MZ조폭계의 떠오르는 세력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조직명은 밝혀진 바 없지만 주변에서는 이들을 ‘크레딧’으로 부른다. 이들이 해외선물 사기 범죄에 동원하는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인 크레딧의 명칭을 본뜬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MT5 또한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메타 트레이더(Meta Trader)’에서 유래됐는데, 경찰에 따르면 이렇게 돈거래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을 빌려 조직명을 대신하는 게 MZ 조폭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들의 사무실에 출입한 적 있다는 20대 모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크레딧의 해외선물 사기 수법은 여타의 금융범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선물로 고수익을 벌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한 다음, 흥미를 보이는 피해자를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의 ‘수익 인증방’에 초대하고 크레딧을 원격으로 설치해준다. 그리고 MTS에 나오는 각종 지표를 조작해 피해자가 돈을 잃은 것처럼 속이고는 투자금을 전부 빼돌리는 방식이다. 이밖에 수익 인증방에서 조직의 리딩 덕분에 돈을 벌었다면서 허위 계좌를 공개하는 바람잡이를 따로 두고 있는 것도 기존 사기 수법과 동일하다. 이런 방법으로 이들이 얻는 수익은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과거 크레딧의 현금전달책으로 일했다는 모씨는 “돈 배달을 갈 때마다 이마트 쇼핑백 4~5개씩은 전달받았다. 그 안에 5만원권이 가득 차 있었는데 개당 1억원씩은 될 거다. 그런 돈이 상선에서 하선으로 수차례 옮겨졌다”고 말했다.

이 조직은 경찰의 탐문수사 끝에 몇 차례 덜미를 잡힐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빠져나온 전력도 있다. “사무실 컴퓨터는 무조건 외장하드로 돌린다. 조사가 들어올 것 같으면 위에서 카카오톡으로 숫자 하나를 찍는데, 그건 자료를 폐기하라는 신호다. 그러면 사무실의 직원들이 외장하드 선을 뽑아버린 뒤 자료를 폐기해서 흔적을 모두 지운다.” 모씨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김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고교 시절부터 중랑구에서 주먹으로 유명한 친구였다. 학생 신분으로 불법이란 불법은 다 저질렀는데 이상하게 수학적으로 머리가 비상했다. 이 조직이 롱런하고 있는 게 김씨가 초창기부터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잘 구축해놨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중랑구 출신으로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둔 해외선물 사기 범죄조직 ‘크레딧’에 속한 황모(34) 씨.

서울 중랑구 출신으로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둔 해외선물 사기 범죄조직 ‘크레딧’에 속한 황모(34) 씨.

김씨와 함께 조직을 총괄하는 전모(34) 씨는 한 살 어리지만 빠른 연생(年生)으로 김씨의 고교 동창이다. 모씨는 “중랑구에서 중·고교를 나온 애들끼리 조직을 굴리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니까 얘네는 본인들의 배우자부터 친동생 등 가족들까지 불러다 일을 시키고 있다. MT5 멤버들도 가끔가다 일거리를 받아간다”고 전했다. 김씨와 전씨는 각각 범죄 수익의 30%씩을 챙겨갈 만큼 조직에서 존재감이 크다. 4년 전 이들의 불법 토토사이트 운영에 투자했다는 다른 제보자는 “김씨의 아파트에 초대받아 들어간 적 있다. 거실에 있는 금고에 5만원권이 빼곡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와 전씨는 이제 직접적인 범죄에는 가담하지 않고 총괄지휘만 하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질적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건 지역 후배들인 신모(34) 씨와 황모(34) 씨, 그리고 김모(34) 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해외선물 사기 사무실은 경기 남양주와 구리 등지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1층은 세차장과 차량용품점으로 위장 운영하면서 보안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 교류하면서 정보를 주고받는 타조직의 박모(33) 씨도 서울과 경기 부천을 돌면서 중고차와 캠핑카 업체를 꾸리는 등 범죄수익으로 번듯한 사업체를 차려 신분을 감추는 게 이들의 전형이다. 반면 후배 김씨는 평소에 만나는 사람마다 ‘중국 광저우로 활동 영역을 넓힐 것이다’, ‘해외선물로 한 달에 5000만원은 번다’는 등의 내부 사정을 발설하고 다녀서 생활이 늘어진 상태라고 한다.

짝퉁 명품 사업체 운영하며 자금세탁

서울 중랑구 출신으로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둔 해외선물 사기 범죄조직 ‘크레딧’에 속한 후배 김모(34) 씨.

서울 중랑구 출신으로 경기 북부에 거점을 둔 해외선물 사기 범죄조직 ‘크레딧’에 속한 후배 김모(34) 씨.

이들은 짝퉁 명품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허위 소득을 만들어내 당국의 세무조사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으로 세금계산서를 과다로 끊고 매출도 더 발생시킨 것으로 서류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짜 명품을 정품인 것처럼 속이기 때문에 마진율도 높아 실제 손해는 적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명품 향수의 경우 29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인율을 높게 잡아봐야 5~7%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같은 물품을 60%까지 할인하는 업체가 있어 알아봤더니 중국에서 만든 짝퉁 명품을 정품으로 위장해 들여오고 있었다. 워낙 위조를 잘해놔서 고객들은 그게 정품인지 가품인지 모르고 사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다량의 가짜 명품을 어떻게 들여올 수 있는 걸까? 이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SNS 홍보 게시글에는 ‘일주일 안에 모든 물품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는 문구가 버젓이 게재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취재한 결과 이들은 타인의 개인통관 고유부호 수백 개를 몰래 확보한 뒤 해외 직접구매, 즉 ‘직구’에 이를 도용해 수백 개의 물품을 분산반입하며 세관의 단속도 피하고 있었다. 또한 이렇게 들여온 물품은 미리 섭외해둔 각 지역의 택배기사에게 전달되는데 박스에 적힌,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주소가 밀수품임을 알리는 일종의 시그널이라고 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어느 아파트는 105동까지 있는데 106동으로 기재해두는 식이다. 그걸 보고 택배기사가 밀수품을 따로 챙겨둔 뒤 한꺼번에 이들에게 배송해서 인센티브를 챙긴다”고 전했다. 실제 통화에서 짝퉁 명품 사무실을 운영하는 황씨의 동생은 “우리와 거래하는 화물기사들이 서울이나 경기에 있다. 우리가 가진 통관부호도 100개 이상은 된다. 해운으로 몇백개씩 한꺼번에 들여와서 세관에 털리는 그런 업체가 아니다”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들이 통관부호를 빼돌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직구를 이용하는 구매자의 통관부호를 판매자가 볼 수 있다. 또 세관에서는 이름과 통관부호만 일치하면 물품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판매자가 나중에 구매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마약도 위험 부담 가질 필요 없이 들여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 조폭과도 긴밀하게 유착

주차 시비 중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체포된 홍모(31)씨가 9월 1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홍씨는 체포 직후 받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 사진:인스타그램

주차 시비 중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체포된 홍모(31)씨가 9월 1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서 홍씨는 체포 직후 받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 사진:인스타그램

기자가 취재한 결과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기적으로 단합대회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24일 자정쯤에는 경기 남양주시의 한 풋살장에서 이들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제보자는 “서로 간에는 친밀해 보였으나 전신에 문신을 한 탓에 일반인들에게는 위협적인 인상으로 느껴졌다. 타고 온 차량도 전부 쉽게 보기 힘든 벤틀리, 포르셰 등 외제차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11명이 있었는데 MT5 소속으로 알려진 1995년생 조폭들도 보였다고 한다.

아울러 이들이 지난 9월 9일 경기 가평의 한 수상레저 리조트를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이들 사이에 홍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씨가 맞다면 그는 이날로부터 불과 이틀 뒤인 9월 11일 사건을 일으켜 체포된 셈이다.

이들은 수도권의 기성 조폭 선배들의 결혼식이나 행사장에 자주 참석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간의 교류는 주로 말단 조직원들 간의 친목회에서 이뤄지는데, 가장 활동적인 인물이 서울 명동에 거점을 둔 조직의 이모(29) 씨라는 후문이다. 이 조직은 경찰의 관리대상 범죄단체는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나름의 조직도와 행동강령을 갖추고 명동에서 사채업으로 덩치를 키워나가는 조직이다. 수도권의 현직으로 생활하는 행동대장급의 한 조폭은 이씨의 조직 선배인 불법 사채업자 황모(46)씨를 주목했다. “지역에서 돈을 잘 쓴다고 이름이 꽤 알려졌다. 돈줄을 쥐고 있어서 어린애들도 잘 따르며 크레딧과도 돈거래를 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크레딧’ 조직원들이 9월 9일 경기 가평의 한 수상레저리조트에서 단합대회를 여는 모습. 이 자리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주차 시비로 흉기 난동을 벌인 ‘람보르기니남’ 홍모(31) 씨도 함께 있었다는 구체적인 목격담이 있다. / 사진:인스타그램

‘크레딧’ 조직원들이 9월 9일 경기 가평의 한 수상레저리조트에서 단합대회를 여는 모습. 이 자리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주차 시비로 흉기 난동을 벌인 ‘람보르기니남’ 홍모(31) 씨도 함께 있었다는 구체적인 목격담이 있다. / 사진:인스타그램

현재 크레딧은 경찰에 꼬리가 밟힐 것을 우려해 사무실 이전을 준비하면서 주위에 “사업을 다 접을 것”이라고 퍼뜨리고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진인 신씨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장지대에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증거자료와 짝퉁 명품을 쌓아놓고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 또한 그럴싸한 식품세척공장으로 차려놓았는데, 벌써 구직사이트에 월 350만원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직원을 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자금세탁 창구에 불과하다는 게 한 정보통의 지적이다. 그는 “허위 거래처를 만들어서 그쪽에 돈을 넣은 것처럼 꾸며낼 용도로 차린 것 같다. 남들은 못 버는 천문학적인 돈을 쉽게 버는데 황금알의 거위를 가르겠나. 최근 얘들이 규모가 제법 큰 대포통장 조직과도 커넥션을 구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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