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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 ‘투란도트’ 센 여성 오페라, 서울서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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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영국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노르마’가 예술의전당에서 26~29일 공연된다.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가 나온 런던 공연 장면. [사진 각 공연장]

영국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노르마’가 예술의전당에서 26~29일 공연된다.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가 나온 런던 공연 장면. [사진 각 공연장]

강한 여성 캐릭터의 오페라 두 편이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서울 예술의전당의 ‘노르마’와 세종문화회관(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다. 오는 26~29일 맞붙는다. 두 작품 모두 카리스마 강한 여성 영웅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한 민족의 제사장인 노르마, 그리고 고대 중국의 공주인 투란도트다. 가히 서울의 ‘오페라 위크’라 할 만한 동시 공연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26~29일 공연된다. ‘투란도트’ 무대의 예상 스케치. [사진 각 공연장]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26~29일 공연된다. ‘투란도트’ 무대의 예상 스케치. [사진 각 공연장]

‘투란도트’는 연출의 재량이 큰 오페라다.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이 작품을 끝까지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1926년 초연한 ‘투란도트’의 마지막 부분은 작곡가 프란코 알파노가 완성했다. 작곡가와 연출가는 결말 부분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선보이곤 한다. 특히 2002년 초연한 이탈리아 작곡가 안젤로 루치아노 베리오 버전은 해피엔딩을 모호한 결말로 바꿔 화제가 됐다.

오페라 연출을 처음 맡은 손진책(76)도 결말에 손을 댄다. 연극·창극·마당놀이 연출로 이름을 알린 노장의 새로운 시각이다.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기존 중심인) 커플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중심축은 투란도트와 왕자 칼라프다. 투란도트는 수수께끼를 낸 뒤 맞히지 못한 모든 구혼자의 목을 벴는데, 칼라프가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손진책 연출은 또 한 명의 프리마돈나에 주목한다. 칼라프의 아버지를 모시는 노비인 류다. 어려서부터 칼라프를 깊이 사랑한 류는 3막에서 ‘얼음장 같은 공주님의 마음’을 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푸치니가 쓴 마지막 장면이다. 작곡가는 이후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을 작곡하기 힘들었다. 얼음장 같던 투란도트의 마음이 갑자기 녹아내려야 한다. 손진책은 “볼 때마다 결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공주가 갑자기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그는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라인을 비극적 결말로 바꾸는 대신, 류의 희생이 가져온 한 차원 높은 희망을 선보인다.

대대로 ‘희생’이었던 ‘노르마’의 주제도 이번 작품에서는 손을 봤다.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노르마는 정복자인 총독과 사랑에 빠졌고, 총독과 젊은 여사제의 배신을 알게 된 후 스스로 화형대에 몸을 던진다. 이번에 예술의전당이 올리는 ‘노르마’는 독특한 연출로 주목받았던 2016년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버전이다. 스페인 연출가 알렉스 오예(63)는 지난달 내한 당시 “여사제가 사랑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 화형에 처할 정도로 잘못된 일인가”라고 종교 근본주의에 의문을 던졌다. 결말에도 손을 댔다. 노르마의 아버지 오로베소 역의 베이스 박종민(37)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르마는 새로운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다”며 “현대인도 공감할 스타일의 연출”이라고 소개했다.

‘투란도트’의 칼라프 테너 이용훈.

‘투란도트’의 칼라프 테너 이용훈.

한국에서 보기 어렵던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투란도트’의 왕자 칼라프 역을 맡은 테너 이용훈은 2010년 베르디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데뷔했다. 이후 밀라노 라스칼라, 런던 코벤트가든, 빈 국립 오페라 등을 섭렵했지만, 한국 오페라 무대에는 서지 않았다. 이번이 한국 데뷔 무대다. 이용훈의 드라마틱하면서 찌르는 듯한 성량이 칼라프에 잘 맞는다. 최근 2년간 뉴욕·베로나·런던 등에서 칼라프 역을 맡았다.

오페라 ‘노르마’의 노르마인 소프라노 여지원.

오페라 ‘노르마’의 노르마인 소프라노 여지원.

‘노르마’는 힘 있고 풍부한 성량으로 압도하는 소프라노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 자주 공연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가 이 역을 맡았다. 이번 노르마 역의 여지원(43)도 눈에 띈다.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2015년 발탁해 화제가 된 소프라노다. 오페라 ‘에르나니’의 엘비라, ‘아이다’의 아이다처럼 묵직한 역할을 주로 했다. 그는 201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노르마를 불렀고, 이번이 세 번째다. 노르마에 출연하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박종민도 뉴욕·밀라노·마드리드·런던 등에서 좋은 무대에 많이 올랐다.

두 오페라는 국내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대형 프로덕션이다. 예술의전당은 2009년 ‘피가로의 결혼’ 이후 14년 만에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프로덕션을 들여왔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용숙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실제 공연을 보고 싶은 오페라 청중이 많았다”며 “특히 전막 오페라에 대한 기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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