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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전기톱' 대선 후보, 여당후보와 결선투표…스위스도 우파 포퓰리즘 돌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총선 투표가 마감된 후 자유 진보 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후보가 선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총선 투표가 마감된 후 자유 진보 연합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후보가 선거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습니다. 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우파 포퓰리즘 후보가 선전하며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같은 날 스위스에서 진행된 총선에서도 민족주의 우파 성향 정당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전기톱 계획’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아르헨티나의 아웃사이더 대선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53) 의원이 내달 19일 결선 투표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날 밤 개표 98% 상황에서 페론주의 집권 여당의 ‘조국 연합’ 후보로 나선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이 36.6%를 얻었고, ‘전진하는 자유’ 단독 후보로 나선 밀레이는 30%로 집계됐다. 중도 우파 ‘변화를 위한 함께’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안보장관은 23.8%에 그쳐 3위를 기록했다.

이번 결과는 밀레이가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휩쓸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좌파 포퓰리즘 계보로 꼽히는 현 페로니즘 정부가 낸 후보인 마사 장관이 예상을 깨고 선두를 달리면서다. 이와 관련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마사 장관이 밀레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과 연결시키는 공포 전략으로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던 밀레이를 앞질렀다”라고 평가했다. 선두를 차지한 마사 장관은 지지자들에게 “우리에게 투표한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 승리를 다짐했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밀레이도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아르헨티나인의 3분의 2가 변화, 즉 페론주의 범죄자 정부의 대안에 투표했다”면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느끼세요, 밀레이 대통령”이라고도 덧붙였다. 밀레이의 지지자들은 같은 날 생일을 맞은 그에게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밀레이는 앞서 아르헨티나 화폐인 페소 폐지·달러 도입, 장기 매매 합법화와 낙태권 폐지, 동성애 퇴출 등 극단적인 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다. “정부 공공지출을 톱으로 자르듯 삭감하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다니며 선거 유세를 벌였다.

결선 투표는 ‘마사 대 밀레이’ 구도가 됐지만, 최종 결과는 예측 불허다. 33% 넘는 유권자가 유동적이어서다. 중도 우파 지지자들의 표를 받은 불리치 전 장관은 결선 투표의 키를 쥐게 됐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에서 “아르헨티나는 수년 동안 타락에 빠져 있었다. 이 나라를 파괴한 마피아들과 공모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권 여당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불리치가 밀레이를 적극 지지한다면 그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마사 장관 역시 20%대 지지율을 보인 예비 경선(8월) 때와 비교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날 동시에 상·하원 선거에선 밀레이가 이끄는 ‘전진하는 자유’가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최종 38~40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돼 현재의 3석에서 크게 늘었다. 밀레이의 정당은 2021년 중간 선거로 하원에 입성한 지 2년 만에 제3당으로 도약하는 게 된다. 상원에서도 처음으로 8석을 확보했다. 집권 여당의‘조국 연합’은 하원에서 118석→107석, ‘변화를 위한 함께’는 117석→94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아르헨티나 대선은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45%를 득표하거나, 40%를 득표하되 차순위자와 10%p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만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스위스서도 “불법 이민 막자” 우파 정당 약진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 선거 기간에 베른의 국회의사당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 선거 기간에 베른의 국회의사당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스위스도 같은 날 총선이 치러졌는데, 반(反)이민 정책을 앞세운 민족주의 성향 스위스 인민당(SVP)이 하원에서 28.6%를 득표하며 2015년 선거(29.4%) 이후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의석수도 기존 53석에서 62석으로 의석을 늘렸다.

반면 좌파 녹색당·자유녹색당은 선거에서 고전하며 5~6석씩 의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도 2석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현재의 제2당 지위를 유지했다고 스위스 공영 SFP는 전했다.

이번 선거는 4년 전 좌파 녹색당이 선전하며 SVP당에 제동을 걸었던 2019년 총선을 ‘우클릭’으로 되돌려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SFP는 “이민 문제와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중동 정세가 우파 쏠림 현상을 부추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민당은 이민자 유입을 막아 현재 870만명인 스위스 인구를 1000만명으로 유지하겠다는 정책으로 호응을 얻었다. 마르코 치에사 SVP 당 대표자는 선거 이후 “우리는 불법 이민자 문제가 있으며, 스위스 국민은 우리에게 이를 해결할 권한을 준 것이고 스위스 정치 전체에 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 스위스의 정치 구조상 이번 선거로 인해 정부 구성이 당장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는 선거 결과에 따라 상위 3개 정당이 정부 각료직 7석 가운데 2석씩 총 6석을 가져가고, 나머지 한 석은 4위 정당에 할당해 공동 통치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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