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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건강 이상 급증해 10명 중 7명 꼴…직업병은 13.7%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서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서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소방공무원 10명 중 7명이 직업병 등 건강 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특수)건강진단을 한 소방공무원 6만2453명 중 72.8%인 4만5453명이 건강 이상 진단 결과를 받았다.

소방공무원은 매년 정기진단을 받도록 돼 있다.

전체 소방공무원 가운데 정기진단에서 건강이상자로 확인된 사람의 비중은 2018년 67.4%(3만577명)에서 지난해 72.8%(4만5453명)로 상승했다.

특히 건강이상자 수로 보면 48.6% 증가했는데, 소방공무원 정원이 확대되며 정기진단을 받는 사람이 36.4% 늘어난 것을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준이다.

건강이상자 중 일반 질병은 86.3%(3만9211명), 직업병은 13.7%(6242명)였다.

일반 질병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 등 일반 성인병과 심장·간장·신장 질환 등 주요 질환을 의미하고, 직업병은 폐결핵·난청 등 소방관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유해 환경으로 인한 질환을 말한다.

용혜인 의원은 “사이렌 등 장기간 높은 소음과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화재·구조 현장에서 유해성 가스나 분진을 흡입할 수밖에 없는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고스란히 건강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공무원은 정기진단이나 수시진단을 받고 직업성 관련 증상이 발견되면 정밀건강진단(2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밀진단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4711명 중 실제 마친 사람은 절반가량인 2602명(55.2%)에 그쳤다.

정밀진단 대상자 대비 실시율은 2018년 22.3%에서 2019년 77.8%로 상승했다가, 2020년 59.9%, 2021년 57.1%, 지난해 55.2%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소방관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건강진단을 받지 않아도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별다른 제재가 없다.

특히 정기진단에 비해 정밀진단은 따로 시간을 내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소방관의 참여율이 낮을 수 있다.

예산 책정에서도 정밀진단이나 수시진단은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지 않고 정기진단 예산의 잔액으로만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어, 예산 부족으로 필요한 건강진단을 받지 못하는 소방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용혜인 의원은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3년째지만 10명 중 7명이 여전히 건강 위험에 놓여 있을 정도로 복지·처우 개선은 멈춰있다”며 “소방관의 건강 위험이 매년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건강진단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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