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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악재에…제조업 업황 전망 7개월 만에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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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경제 ‘상저하고’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이 체감하는 국내 제조업 경기는 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에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악재가 수그러들지 않아서다.

22일 산업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발표했다. 전문가 154명에게 제조업 10월 현황과 11월 전망 등을 조사한 결과다. 지수가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개선(증가) 의견이 많다는 뜻이며, 0에 근접할수록 그 반대다.

4분기에 들어선 이번 달 제조업 업황 현황 PSI는 102를 기록했다. 기준치는 상회했지만 9월(105)보다 떨어졌다. 3개월 만의 하락세 전환이다. 내수·생산 등의 지수가 전월 대비 좋아졌지만, 수출·채산성 등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나빠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연말에 다가서는 다음 달 제조업 전망은 더 부진한 수준이다. 11월 업황 전망 PSI는 97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12포인트 급락했다. 한 달 뒤 경기를 예측하는 전망 PSI는 현 수준을 평가하는 현황 PSI와 별도로 조사한다. 4월(93) 이후 7개월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올 2분기부터 긍정적 전망이 많았지만, 다음 달은 ‘악화’ 평가 우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특히 내수·수출 지수가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내수(94) 전망 PSI는 반년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수출(106)은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이는 3고(고금리·고유가·고환율) 리스크가 이어지는 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같은 중동발(發) 변수까지 터지면서 수요 위축이나 비용 확대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중동 위기로 경기 둔화 가능성”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의 의견을 여럿 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기상도는 10월 현황, 11월 전망 모두 ‘맑음’ 수준이었다. 다음 달 업황 전망 PSI는 153을 찍으면서 전월 대비 18포인트 급등했다.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거라고 보는 전문가가 훨씬 많다는 의미다. 이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나 “AI(인공지능)·자율주행 관련 수요 증가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반도체·휴대폰 등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종의 11월 지수는 크게 나빠졌다. 특히 최근 제조업을 지탱해온 자동차와 조선의 업황 전망 PSI는 한 달 새 106→90, 106→89로 각각 하락하면서 부정 평가가 더 많아졌다. “전기차 판매 감소”나 “본격적인 대기 수요 고갈 시작” 같은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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