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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전임 사장단 “화물사업 못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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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합병)의 복병으로 떠오른 ‘화물 부문 매각’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가 30일로 예정된 가운데 전임 아시아나항공 사장단이 매각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아시아나항공 등에 따르면 화물부문 매각을 결정하게 될 이사회가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됐으며, 안건통과를 위해선 과반인 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심사 과정에서 화물 과점을 우려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부문을 팔지 않으면 승인해줄 수 없다는 의미다. 항공사 간 합병은 13개 필수승인국가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 아시아나항공 사장단이 최근 이사회 구성원에게 “화물사업 분사(매각) 안을 부결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과 관련 자료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은 박찬법 회장, 윤영두 사장, 김수천 사장, 한창수 사장 등 전직 최고경영진 4명의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한에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기업으로 인정받아 각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전제 위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했고 ▶각국 규제 당국의 합병 승인조건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인한 피해가 아시아나항공에 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별도로 작성한 A4용지 6장 분량의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합병의 문제점’이라는 설명자료에서도 ▶인수합병 결정이 불합리했고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의 치명적 손상 및 국부유출이 우려되며 ▶인수합병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의 본원적 경쟁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애초 국내외 경쟁당국에서 회생 불가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는데도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산은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회생 불가기업으로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경쟁 제한성 검토가 면제돼 운수권이나 슬롯을 반납할 필요가 없다.

이들 전임 사장단은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7월 채권은행에 차입금 7000억원을 상환하는 등 독자 생존 가능성 있다”며 “비 항공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이 코로나19 기간에 반짝 호황이었을 뿐이며 매출비중도 순수 화물기 비중으로는 전체의 15%에 그치기 때문에 손실이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상당수 슬롯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넘겨줄 계획이어서 국부 유출도 거의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2000%에 육박하는 등 현재 상태로는 독자 생존은 물론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은도 최근 아시아나항공과 EU 경쟁당국에 “합병이 안 되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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