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년 기다림 아깝지 않았다…찰리 푸스 ‘아낌없는 고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찰리 푸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 [사진 찰리 푸스 인스타그램]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찰리 푸스의 세 번째 내한 공연. [사진 찰리 푸스 인스타그램]

흰색 민소매 셔츠 차림의 미국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32)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무대 한가운데에 등장했다. 인사말 대신 씩 웃으며 공연장 구석구석을 눈으로 훑었다. 첫 곡이 시작되자 익숙하다는 듯 떼창을 유도했다. “5년 전 여러분이 엄청난 소리 냈던 게 기억나요. 이번에도 한 번 가볼까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찰리 푸스의 세 번째 내한공연은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 같았다. 그는 2015년 프로모션 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이후 2016, 2018년, 두 차례 내한 공연했다. 당시엔 2000석 규모의 예스24 라이브홀, 8000석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각각 공연했는데, 5년 만의 이번 공연 장소는 1만5000명이 입장하는 KSPO돔이었다. 당초 2회 공연 예정이었다가 예매 대란에 1회 공연을 추가했다. 사흘 다 전석 매진이다.

첫 공연인 이날 찰리 푸스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너무 기쁘다. 한국 관객이 이번 투어(공연)에서 최고 청중”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공연 중 객석에서 “아이 러브 유, 찰리”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활짝 웃으며 “아이 러브 유 투”라고 화답했다.

80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곡을 직접 쓰고 부르는 찰리 푸스의 음악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를 부르기 전 “새벽 3시에 노래 멜로디가 떠올라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드럼·기타 등 악기 연주를 들려주며 곡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멜로디를 구상하고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팬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 내내 보컬과 연주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양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맑은 고음을 내질렀고, ‘데인저러슬리’ ‘어텐션’ 등은 가성 파트도 돋보였다. 키보드, 신시사이저 등을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 ‘치팅 온 유’ ‘돈 포 미’ 무대에선 건반을 치며 노래 부르다 밴드와 짤막한 협연을 펼쳤다. 엔딩곡 ‘하우 롱’ 무대에선 신시사이저를 어깨에 메고 현란한 솔로 연주를 보여줬다.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의 손가락이 무대 옆 화면에 클로즈업되자, 객석에선 환성이 터지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은 앙코르곡 ‘시 유 어게인’으로 장식했다. 지금의 찰리 푸스를 있게 해 준 곡이다. 미국 버클리 음대 장학생 출신인 그는 2015년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주연이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폴 워커(1973~2013)를 추모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는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 12주간 1위에 오르며, 음악 유튜버 찰리 푸스를 스타덤에 올렸다. 밴드를 내려보내고, 혼자 건반을 누르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듯 노래했고, 관객도 플래시를 켠 휴대전화를 흔들며 떼창으로 답했다. ‘다시 만나게 되면 모두 말해줄게 / 다시 만나게 되면(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 When I see you again)’.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