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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마곡 이전 1주년…“강남 때보다 관객 40% 늘었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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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현정. [사진 LG아트센터]

이현정. [사진 LG아트센터]

“가장 화제를 모은 건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지젤’이었어요. 1300여석 대극장 연극이 한 달간 매진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박해수 주연 연극 ‘파우스트’는 매표율 98%를 달성했죠.”

마곡지구 이전 개관 1주년을 맞은 LG아트센터 서울 이현정(52) 센터장의 결산이다. LG아트센터는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역삼에서 마곡 서울식물원 입구로 옮겨 새롭게 문을 열었다. 우려가 컸지만, 첫해 31편을 무대에 올려 관객 29만 명을 동원했다. 대극장 LG시그니처홀(1365석, 24만 명), 가변형 블랙박스 공연장 U+스테이지(120~365석, 5만 명)를 합쳐서다. 1000여석 단일 공연장이던 역삼(연평균 20만5000명)보다 40% 늘었다.

LG아트센터의 지난 1년간 최대 화제작은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지젤’. [사진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의 지난 1년간 최대 화제작은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지젤’. [사진 LG아트센터]

일본 거장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전 세계 두 곳뿐인 공연장(다른 곳은 중국 상하이)이란 프리미엄도 붙었다. 지난 11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비수도권 관객 비중(13%)이 역삼보다 2배 늘었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20분 만에 연결돼 접근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극장이란 호기심”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았다. 건축물 구경과 교육 프로그램 참가 등의 인원(25만 명)을 더하면 개관 첫해 방문객이 54만명이다.

“시설 규모가 달라진 만큼 역삼에서 하지 못한 오페라, 풀 스케일 발레 공연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관객 개발을 목표로 이은결 마술쇼, 가수 박정현 콘서트, 현대무용을 재밌게 소개한 아크람 칸 컴퍼니의 ‘정글북’ 등 대중적인 공연을 다수 기획한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공연장을 외곽으로 옮겨 관객층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LG아트센터는 2000년 역삼에 개관하며 관행이던 초대권을 없앴고, 기획공연 시즌제 및 패키지제 도입, ‘오페라의 유령’ 초연(2001) 및 뮤지컬 장기 공연 등 새로운 공연문화를 펼쳐 왔다.

박해수·유인촌 주연의 연극 ‘파우스트’였다. [사진 LG아트센터·㈜샘컴퍼니·㈜ARTEC]

박해수·유인촌 주연의 연극 ‘파우스트’였다. [사진 LG아트센터·㈜샘컴퍼니·㈜ARTEC]

27년간 근속한 이 센터장은 1996년 건설본부팀(사원번호 6번)에 입사해 공연기획팀장, 공연사업국장을 거쳤고, 마곡 이전을 앞둔 2021년 12월 대표에 임명됐다. 그는 “프로그램만 좋다면 관객은 어디든 온다는 걸 지난 1년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역삼 시절보다 해외 대작 유치가 위축됐다는 평가에는 “팬데믹으로 규모가 큰 유명 극단 투어를 잡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했다. 대극장 연극 ‘파우스트’는 기대만큼 호평받지 못했고, 신진 연출가와 손잡은 ‘크리에이터스 박스’ 시리즈도 완성도가 고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센터장은 “다음의 좋은 작품을 위한 실패라면 좀 여유를 갖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직접 기획·제작한 작품을 해외 공연장이나 페스티벌에 진출시키는 게 장기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현재 해외 유명 연출가와 글로벌 연극 작품을 준비 중이다. “마곡의 첫해가 관객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면 2년 차는 좀 더 우리 극장의 색깔을 찾아가려 합니다. 현대무대 예술의 최전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LG아트센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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