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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으면 집유' 아동학대범…무조건 징역 살게 법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거나 아동을 사망에 이르기 직전까지 학대한 살해미수범에게 집행유예가 나올 수 없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무부는 오는 23일부터 이같은 내용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양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지난 13일 2주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에게 징역 3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뉴스1

양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숨진 ‘정인이 사건’은 지난 13일 2주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에게 징역 3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뉴스1

 개정안에는 ‘아동학대살해미수죄’를 신설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살해죄만을 규정해, 미수범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수사기관의 지적이 계속돼 왔다. 그간 미수범은 형법상 살인미수죄가 적용됐다.

그러나 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절반으로 미수범 감경을 하면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아동학대살해미수죄를 신설하면 집행유예가 불가능해진다. 기존 아동학대살해죄는 ‘만 18세 미만 아동을 폭행·유기 등으로 살해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절반으로 미수범 감경을 해도 3년 6개월이므로 집행유예 대상이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수년 간 입법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2020년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매년 증가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비속살해) 사건, 올 6월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이후 이어진 출생미신고 아동 사망 사태 등이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아동학대 사례는 2017년 2만2367건에서 2021년 3만760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무적으로는 ‘아동학대’와 ‘아동학대살해미수’를 구분 짓는 법원의 판단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형사분야 재판 경력이 풍부한 부장판사는 “미수죄가 신설된다고 해서 살해 의도를 입증할 책임이 줄어들진 않는다”며 “아동은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만큼 성인보다 쉽게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겠지만, 단순 폭행 등에 그치지 않고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행위나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집행유예의 여지를 없앰으로써 범죄 예방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영아살해죄 폐지에 이어 우리 법 체계에 ‘아동권 보호’ 기조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평이다. 국회는 지난 7월 형법에서 영아살해죄·영아유기죄를 70년 만에 삭제했다.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 보다 무겁게 의율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 관계자는 “귀한 아이들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국가의 의지가 반영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밖에도 ▶︎학대 피해아동 응급조치에 ‘연고자 인도’를 추가하고▶︎검사에게 아동학대범 접근금지 임시조치의 연장·취소·변경 청구권 부여하는 내용도 함께 입법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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