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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핵통 성김 은퇴 수순…北 업무에 한국계 여성 전진배치하나

중앙일보

입력

대북 비핵화 협상의 산 증인으로 평가되는 성 김(63) 미 대북특별대표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은퇴 수순을 밟는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기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카멀리 시린 라크디르 전 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명하면서다. 라크디르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거쳐 공식 취임하면 김 대표는 주인도네시아 대사직과 함께 대북특별대표직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장→6자회담→주한대사 거친 북핵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도중 대북특별대표에 성김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임명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사진은 임명 사실이 발표된 직후 김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모습.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도중 대북특별대표에 성김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임명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사진은 임명 사실이 발표된 직후 김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모습. 연합뉴스

김 대표는 2021년 5월부터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임명 사실이 발표된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대북 전략 실무를 총괄해 왔다. 임명 발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배석하고 있던 그를 일으켜 세운 뒤 “정책적으로 깊은 전문성을 갖춘 외교관”으로 평가하며 “정말 중요한 임무를 맡아줘 고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김 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한·미 양측에서 북핵통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다.

김 대표는 2006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시작으로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오바마 행정부에선 2008년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고, 같은해 6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폭파 현장에도 미국 대표로 참석했다. 2011년 11월엔 한국계 인사 중 최초로 주한미국대사에 임명됐다. 주한미국대사 임기 이후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를 맡았다.

인니 대사 끝으로 은퇴 가능성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021년 5월 임명된 이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비롯 대북 업무의 중심에 있었다. 사진은 지난 4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악수를 나누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 대표, 당시 공동취재단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021년 5월 임명된 이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비롯 대북 업무의 중심에 있었다. 사진은 지난 4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악수를 나누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 대표, 당시 공동취재단

김 대표가 은퇴 이야기가 수면에 오른 건 지난 4~5월 부터였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임기 종료(2023년 10월)에 맞춰 모든 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변 측근과 지인들에게 종종 털어놨다고 한다.

김 대표와 인연이 깊은 외교 소식통은 “20년 가까이 북핵 업무를 맡아온 데 따른 피로감이 누적됐을 뿐 아니라 주인도네시아 대사와 대북특별대표를 동시에 수행하는 업무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달려왔던 그로서는 대화나 협상에 복귀하지 않은 채 핵·미사일 기술에 집착하는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며 많은 회한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북핵·인권 정책 전면에 한국계 외교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후임으로 정 박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거론된다. 연합뉴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후임으로 정 박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거론된다. 연합뉴스

김 대표의 대북특별대표 후임으로는 같은 한국계인 정 박(49)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거론된다. 박 부차관보 역시 북한 전문가로 미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를 역임했다.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며 동아태 부차관보에 기용됐다.

김 대표 후임으로 박 부차관보가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다면 한국계 여성 외교관이 한·미 양국이 집중하는 핵심 대북 이슈인 비핵화·인권 분야 전면에 배치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권 분야의 경우 지난 13일 한국계인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공식 취임했다. 북한인권특사는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 수립 및 집행을 도맡는 대사급 자리로 2017년 1월 당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퇴임 이후 약 7년간 공석 상태였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이뤄지는 한반도 라인 세대 교체의 측면에서도 박 부차관보가 대북특별대표 자리에 앉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의 대표적 한국통인 에드가드 케이건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 국장을 주말레이시아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지난 4월 부임 인사차 미 국무부를 방문한 조현동 주미대사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직후 기념 촬영하는 모습.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지난 4월 부임 인사차 미 국무부를 방문한 조현동 주미대사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직후 기념 촬영하는 모습.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또 다른 한반도 전문가이자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 6월 은퇴했다. 다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는 탓에 국무부 부장관은 아직 공석이다. 셔먼 부장관의 후임으로는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은 지난 1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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