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더스 프리즘] 집회·시위만 특별대접 안 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1호 30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제23조는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 제1항에서 이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 ‘허가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는 다른 기본권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구체적인 보장의 방법과 정도는 법률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내용에 대해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최근 집시법 개정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몇 가지 전제해야 할 점이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무제한의 절대적 기본권은 아니며, 다른 기본권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주화 이전의 반독재 투쟁 당시의 ‘데모’와는 달리 저항권의 행사로 이해될 수 없다.

‘야간 옥외 집회 금지안’ 놓고 논란
시대변화 맞는 집시법 개정 필요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야간 옥외 집회의 금지에 관한 제10조의 개정 여부다. 2009년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가 이 조항을 기한 내에 개정하지 않아 무효가 됐다. 이 조항을 뒤늦게 헌재의 결정 취지에 맞춰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집회의 자유 제한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논란은 사실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지난 5월 철야 노숙 집회를 계기로 14년 만에 집시법 제10조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도심을 점거해 무질서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은 건설노조의 그 날 사례를 빼면 그동안 심야 시간의 대규모 집회는 없었다. 대규모 철야 시위는 집회의 본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집회의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었기 때문에 심야 집회가 발생했고, 그 대책이 이제야 비로소 논의되고 있다.

심야 시간의 집회가 집회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의사 표현의 대상이 사실상 없는 집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을 보고 들을 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누구를 향해 의사 표현을 한다는 것인가. 오히려 인근 주민이 숙면할 수 없게 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뿐이다. 더욱이 심야 집회가 많아진다면 막대한 경찰력이 낭비되거나 치안에 심각한 구멍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집회 소음 규제의 강화도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화 이후 집회·시위에 대한 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과정에서 선진국보다 매우 관대한 소음 기준이 설정됐다. 그로 인해 도심 곳곳에서 집회 소음으로 인한 고통이 심하다. 이는 집회 참가자의 기본권과 인근 시민의 기본권의 합리적 조화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들은 민주적 시위를 가급적 용인해 왔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특정 이익집단이 이해관계를 주장하는 집회를 위해 자신의 기본권을 무조건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시위 제한도 역시 집회·시위 참가자의 기본권과 그 지역을 통행하는 시민의 기본권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에서 해결돼야 한다. 어느 한쪽의 기본권이 절대적일 수 없으므로 전면적인 제한도 합리적이지 않지만, 제한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다만 이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법률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36년이 지났고, 집회·시위에 대한 시민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집회와 시위를 터부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화 직후처럼 집회·시위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여러 기본권 중의 하나일 뿐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우월적 기본권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집시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