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폭 의혹 7시간 만에…김승희 의전비서관 '사표 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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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하는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연합뉴스

김승희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의 초등생 딸이 후배 여학생을 리코더와 주먹 등으로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의혹이 불거진 지 7시간 만에 김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안을 공개하며 가해자가 김 비서관의 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3학년인 김 비서관의 딸이 석 달 전 방과 후에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변기에 앉힌 다음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얼굴을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심의에 참석해 도와달라고 하고, 피해 학생 어머니는 선처할 마음이 없다며 강제 전학을 요구했지만 강제 전학 대신 학급 교체 처분이 결정됐다”며 “가해 학생은 3학년생이고 피해 학생은 2학년인데 학급 교체가 실효성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학폭위의 심의 결과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심의 결과 16점부터 강제 전학 처분인데 가해 학생은 15점을 받아 강제 전학을 면했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심사위원들이 강제 전학 조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가해 학생의 전학을 요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의 부인이 남편의 지위를 간접적으로 과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의원은 “김 비서관 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면 김 비서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는데, 이 사진을 올린 시점은 학교장이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정지 결정을 내린 7월 19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날 진술서를 작성한 후 딸을 데리고 귀가 조치를 당해 굉장히 당황스러웠을 텐데 굳이 프로필에 왜 이 사진을 올렸는지 모르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 목적으로 하되 가해 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이기 때문에 가급적 교육적 해결을 해야 되는 교육적 책무성이 있다”며 “충분히 감안해서 이 문제는 엄정하고 교육적으로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의혹 제기 7시간 만에 “사표 수리”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오른쪽)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교육위 간사. 뉴스1

대통령실은 의혹이 제기된 지 4시간 만에 김 비서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안 조사에 들어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즉각 해당 비서관에 대한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한다”며 “조사를 위해 내일(21일)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단에서 해당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감 보도를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는 김 비서관이 고위공직자로서 직위를 좀 부당하게 남용한 게 있는지, 또 처신이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듯하다”고 말했다.

결국 김 비서관은 스스로 물러났다. 이 대변인은 의혹이 제기된 지 7시간가량이 지난 이날 오후 6시에 “김 비서관은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 느낀다면서 국정에 부담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즉각 수리됐다”고 발표했다. 일반 공무원은 감찰 진행 중 면직(사퇴)이 불가능하지만 김 비서관은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