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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넣었다 얘기전까지 몰라” 베어커리도 놀란 쌀가루 진화

중앙일보

입력

충북 진천군 소재 미잠미과는 2017년부터 쌀가루를 사용해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 진천군

충북 진천군 소재 미잠미과는 2017년부터 쌀가루를 사용해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 진천군

빵 만드는 쌀가루…진천군, ‘바로미2’ 생산 

밀가루와 맛과 성질이 비슷한 쌀빵 제조용 쌀이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충북 진천군에 따르면 밀가루를 대체할 가루 쌀용 품종 ‘바로미2’를 올해 처음 수확해 쌀빵 제조업체에 납품한다. 바로미2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분질미로 일반 쌀과 달리, 전분 구조가 밀처럼 둥글고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쌀가루로 만들 때 전분 손실이 적어 빵을 만들기 적합하다고 한다. 일반쌀로 쌀가루를 만들려면 물에 불린 뒤에야 제분해야 한다.

진천군은 2017년부터 쌀소비 촉진을 위해 쌀가루용 벼를 재배하고 있다. 16개 농가, 10ha 면적에서 길렀다. 그동안 쌀가루용 품종 ‘팔방미’로 쌀빵 제조를 도왔으나, 바로미2 도입으로 품종이 다양해졌다. 바로미2는 광혜원면 금곡리에 조성한 1ha 규모 시범단지에서 약 4.5t이 생산됐다. 이수진 진천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은 “바로미2는 쌀빵 제조용 품종이라 밥을 해 먹을 수 없다”며 “쌀을 가루로 만드는 과정에서 물에 불리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제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진천에서 키우는 바로미2는 6월 초에 파종해 10월 10일에 수확했다. 일반 벼보다 생육 기간이 20~30일 짧아 생산비가 적게 든다. 이 품종을 재배하는 전남 나주와 경북 영천 등에서는 이모작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충북 진천군은 광혜원면 금곡리에 가루 쌀용 시범단지에서 '바로미2'를 생산한다. 사진 진천군

충북 진천군은 광혜원면 금곡리에 가루 쌀용 시범단지에서 '바로미2'를 생산한다. 사진 진천군

생육기간 짧아 이모작 가능 

군은 올해 생산한 바로미2를 관내 쌀빵 전문업체인 미잠미과에 전량 공급했다. 미잠미과는 자체 도정·제분·제빵 과정을 거쳐 다음 달부터 2023년산 햅쌀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정창선 미잠미과 대표는 “이전보다 식감은 더 부드러워지고, 밀가루로 만든 빵과 맛이 비슷했다”며 “쌀빵이라고 얘기하기 전까지 밀가루 빵과 구분을 못 할 정도”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으로 2013년(67.2㎏)과 비교해 15.7%나 감소했다. 이에 반해 식료품·음료 등 가공식품 쌀 소비량(69만1422t)은 지난해보다 1.7% 늘고, 10년 전보다 2.5배 증가했다. 쌀 소비 수요 변화에 맞춰 농촌진흥청은 충남 금산과 경기 용인, 전남 보성, 전북 익산 등에 가루용 쌀 시범단지를 조성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 단지에서 수확한 쌀은 쌀빵·쌀국수·쌀강정 제조에 쓰인다. 남기순 진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은 “바로미2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를 대체할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재배 매뉴얼을 농가에 보급해, 원료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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