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20억 못받고도 700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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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가해 기업에서 받지 못한 구상금이 20억원이 넘지만, 이들 중 한 기업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31일 오전 '전국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역 앞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발과 영정 등 유품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 8월 31일 오전 '전국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역 앞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발과 영정 등 유품이 놓여 있다. 뉴스1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구상(求償) 현황 자료를 보면 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연금과 관련해 10곳의 가해 기업으로부터 23억500만원(연대 책임에 따른 중복 금액 기준)의 구상금을 받지 못했다.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라 발생한 장애·유족연금에 대해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구상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

기업들이 구상금을 납부해야하는 기한은 올해 6월로 끝났지만, 납부 실적은 저조했다. 전체 구상액(24억3000만원)을 기업별로 나눠보면 (최대 피해자를 낳은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전체 금액의 64%(15억4600만원)로 가장 많았고, 애경산업이 17%(4억800만원)로 그다음으로 나타났다.

가해 기업이 구상금을 내지 않자 국민연금공단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포함해 3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단은 올해 7월 현재 옥시레킷벤키저에 700억원가량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공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옥시레킨벤키저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기금투자를 배제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공단은 최근 '시정·처리 결과와 향후 추진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올해 6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벤치마크(BM·기준수익률) 이하로 제한해 투자액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거액을 투자하는 셈이다.

김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고 12년이 지났는데도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가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해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지난 2011년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용자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과 폐이외 질환과 전신질환에 걸린 사건이다. 2020년 7월 17일 기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환경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6817건이며, 사망자는 1553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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