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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종착지’ 수소발전 도전장 낸 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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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PSM 본사에서 발전용 터빈 블레이드를 재가공하고 있다. 작업자 앞에 놓인 게 터빈용 블레이드다. PSM은 사용한 블레이드를 정비한다. 강기헌 기자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PSM 본사에서 발전용 터빈 블레이드를 재가공하고 있다. 작업자 앞에 놓인 게 터빈용 블레이드다. PSM은 사용한 블레이드를 정비한다. 강기헌 기자

공장 내부엔 쇠를 깎고 다듬는 소리가 가득했다. 귀마개를 착용한 작업자는 터빈 블레이드를 능숙하게 다듬고 있었다. 블레이드 한 조각은 두 손으로 들어 올리기에 버거울 정도로 무겁고 단단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PSM 본사에선 발전용 터빈 블레이드를 재가공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화파워시스템이 2021년 인수한 PSM은 가스터빈 부품을 생산·개조하는 기업이다. 발전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워 작동하는 터빈 내부는 1500~1660도까지 기온이 오르고, 고압가스가 흐르기 때문에 터빈용 부품은 3~5년에 한 번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PSM은 터빈 부품 정비란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기존에는 제너럴 일렉트릭(GE)와 지멘스 등 가스터빈 제조사가 애프터서비스까지 도맡았다. 하지만 높은 가격 탓에 제조사가 아닌 제3의 업체에 부품 개량을 맡기는 발전사가 늘고 있다. PSM의 미국 내 가스터빈 부품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이다. 올해 안으로 중동 사업장도 열 계획이다.

인상 깊은 건 공장 내부에 가스터빈 설계 도면이 한 장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수리 의뢰가 들어오면 3차원(3D) 스캐너로 제품을 스캔한 뒤 정보를 저장하고 수리에 들어간다. PSM 직원은 “지식재산권 위반 문제로 설계도를 보관하거나 참고할 수 없다”며 “각 부품을 스캐너에 올려 정확한 치수를 측정하고 오차가 없도록 수리한다”고 말했다.

PSM은 최근 터빈용 연소기 생산에 나섰다. 수소를 섞어 태울 수 있는 수소혼합 연소기다. 여느 발전소에선 LNG만 태워 가스터빈을 돌리는데, 여기에 수소를 섞어 전기를 생산하는 게 수소 혼합연소 발전이다. 수소를 섞으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혼합 연소 기술을 개발한 사례가 늘고 있지만 상업 운전 목적에 적합한 수소혼합 연소 발전에 성공한 건 한화가 최초”라고 자랑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올 4월 한화임팩트·한국서부발전과 손잡고 충남 서산시 대산 한화임팩트 사업장에서 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을 활용해 수소혼합 연소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올해 말까지 수소 100% 발전에 도전할 예정이다. LNG 없이 수소만 태워 터빈을 돌리겠다는 뜻이다. 수소만 태우면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순수한 물만 부산물로 나온다. 그렇기에 수소 100% 발전은 ‘수소 경제의 종착지’ 중 하나로 꼽힌다. 알렉스 호프스 PSM 대표는 “탄소 배출 의무 감축을 고려하면 수소혼합 발전 시장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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