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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찌르기로 메달 콕, 휠체어펜서 권효경의 도전

중앙일보

입력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그림같은 찌르기로 메달까지 노린다.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22·홍성군청)이 생애 첫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격한다.

권효경은 한국 휠체어펜싱의 현재이자 미래다. 2019년 국가대표가 된 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휠체어및절단장애인스포츠연맹(IWAS) 휠체어펜싱 월드컵 여자 에페 카테고리 A등급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는 부산 월드컵에서 선배 김선미를 이기고,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권효경은 "지난해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올해 부산 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난 뒤엔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권효경은 생후 6개월 때 뇌병변 진단을 받았다. 뇌의 기질적인 병변으로 인해 보행이나 일상생활 동작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를 통틀어 말한다. 권효경은 증세가 심각하진 않지만, 신체 오른쪽에 마비가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재활 치료를 겸해 육상을 시작했다.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미술에 흥미가 있었던 소녀 권효경의 꿈은 화가였다. 일란성 쌍둥이 동생은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운명이 바뀐 건 중학교 3학년 때 펜싱 칼을 잡으면서부터다. 권효경은 "펜싱의 '펜'자도 몰랐다. 처음엔 펜싱 칼인지도 모르고 잡았는데… 하다보니 욕심이 생겼다"고 웃었다.

휠체어펜싱은 격렬한 비장애인 종목과 달리 정적이다. 하지만 팔을 많이 움직여야 하고, 상대 빈틈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팔이 길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권효경에겐 안성맞춤이었다. 19살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됐고, 어느덧 세계랭커가 됐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권효경은 왼손으로 칼을 잡고, 오른손을 휠체어에 묶어 고정시킨다. 권효경은 "운동을 많이 할 땐 살이 패일 정도였다. 운동을 안 하면 아물지만, 계속해야 하니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권효경이 나서는 A등급은 신체를 많이 움직이는 편이라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휴가를 받으면 뭘 하느냐고 물으니 "운동"이란 답이 돌아왔다. 박규화 홍성군청 감독은 "효경이는 운동에 대한 욕심이 크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말릴 정도"라고 귀띔했다.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권효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펜싱은 성격도 바꿔놓았다. 평소 내성적인 편에 외출도 좋아하지 않는 '집순이'지만 검만 잡으면 눈빛이 바뀐다. 박 감독은 "처음 효경이를 만났을 땐 1년 동안 열 마디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펜싱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예전보다 밝아졌다. 권효경은 "육상에서 펜싱으로 넘어올 때도 누군가의 권유였고, 남들이 하라고 해서 한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 이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싶다"고 했다.

권효경은 22일 개막하는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출국했다. 주종목인 에페에서 메달이 기대된다. 세계랭킹도 2위로 참가선수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개최국 중국엔 세계랭킹 10위권 선수들이 즐비하다. 권효경은 "첫 출전이라 욕심을 내기보다는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메달까지 따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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