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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전력 포화'인데…신재생 발전 허가 지속, 계통 부담↑

중앙일보

입력

제주의 한 해상풍력 발전 설비 전경. 중앙포토

제주의 한 해상풍력 발전 설비 전경. 중앙포토

'카본프리(무탄소) 아일랜드'를 내세운 제주도가 전력 포화 상태에 직면했는데도 신재생 발전 허가 등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풍력·태양광 발전의 출력제어가 잦은 상황에서 송배전 등 계통 부담이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전력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건으로 시작된 제주도 출력제어 건수는 지난해 132건, 올해 141건(8월 기준)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큰 풍력·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주민 반발 속에 송배전망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과잉 전력 생산에 따른 정전 등을 막기 위해 출력제어가 이뤄지는 셈이다.

실제로 제주 도내 전력망은 새로운 신재생 발전 설비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포화했다. 제주 지역 발전사업허가 신청에 대한 한전의 '계통 영향 검토' 결과를 보면 곧바로 전력망에 연계 가능한 신규 발전사업 건수는 지난해부터 '0'에 그치고 있다. 그 대신 '계통 보강 후 연계 가능'이란 조건부를 붙인 사업이 지난해 1월~올해 8월 278건으로 급증했다. 한전은 제주와 육지를 잇는 송전망인 '제3연계선' 준공이 이뤄질 때까지 제주 지역 신규 신재생 발전 개시를 금지하고 있다. 잉여 전력을 육지로 내보내지 않으면 출력제어 횟수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전력 포화에도 신재생 발전 사업 허가와 계통 연계는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이 '계통 보강 후 연계 가능' 판단을 내린 530건(2017~2023년 누적)의 약 70%인 374건이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또한 61건은 실제로 전력 계통에 연계되면서 발전 준비 작업을 마쳤다. 실제로 올해 제주도의 신재생 설비 용량은 715㎿로 2017년 393㎿ 대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뜩이나 전력이 넘치는 제주도에 추가 전력 부담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육지와의 송전망이 준공되더라도 신재생 보급 과속으로 출력제어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한 봄·가을, 신재생 중심으로 전력이 넘쳐 출력제어가 현실화된 호남 등 육지 전력 계통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라 지역의 태양광 출력제어는 2021년 3회, 올해(8월 기준) 2회로 집계됐다. 향후 전력을 보내려는 제주와 받지 않으려는 호남 간의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육지의 출력제어 횟수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제주에서 전력을 보낸다면 출력제어가 더 잦아질 밖에 없고, 호남 지역 사업자들도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전력 포화 문제는 몇 년 뒤에 육지에서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 주민 설득을 통한 송배전망 확충, 전기차 충전 등을 통한 신규 수요 확대 외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 지역 신재생 사업자의 신규 계통 접속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 계통이 불안정한 상황에선 '계통 보강 후 연계 가능' 판단을 받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사업자의 출력제어와 발전량 감소를 줄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한무경 의원은 "제주 지역 출력제어가 확대되지 않도록 한전은 신규 계통연계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출력제어로 인한 기존 사업자들의 불만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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