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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말하고 행사서 270명 일일이 악수…확 달라진 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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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영웅 고 이강석 경정의 배우자와 인사하며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경찰영웅 고 이강석 경정의 배우자와 인사하며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달라졌다. 각종 행사에서 ‘공산주의’나 ‘반국가세력’을 거론했던 윤 대통령이 ‘공감’과 ‘반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국민은 왕이다. 늘 옳다”며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하지 말고 분골쇄신하라”고 주문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같은 지시를 전하며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모습에서도 변화는 감지됐다. 지난해 경찰의날 기념사에서 “법질서를 바로 세울 때 국민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자유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올해 기념사에선 자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안전·민생·치안과 같이 국민의 삶과 밀접한 단어들을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 조직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성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스토킹과 같이 약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촘촘히 놓여있던 의자 열을 비집고 들어가 270여명의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마친뒤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7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마친뒤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전날엔 반성이란 말도 썼다. 90여명이 참석한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 만찬 때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원회의 활동과 정책 제언은 저에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며 “이것이 얼마나 정책집행으로 이어졌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은 전문성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공감해야 한다”며 “위원회의 다양한 정책 제언을 당과 내각에서 꼼꼼하게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시민 간의 연대를 언급하며 “삶이 어려울 때 좀 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줘, 그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대라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이 또한 두 달 전인 8월, 통합위 1주년 업무보고를 받을 때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러한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했던 것과는 발언의 결이 바뀌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변화는 결국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여권 내 시각이다. 대통령실도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반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은 왕이라는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 회의에서도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왜 우리가 열심히 했는데 몰라주냐’‘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는 책임 회피성 발언이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공개 석상에서 윤 대통령이 이념을 강조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젠 물가 등 국민들의 어려움을 정조준한 이야기를 꺼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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