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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 앓는 MZ "난임 걱정"…불임 36%가 30대 초반이었다 [MZ 가속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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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임산부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임산부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서울 송파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32)씨는 성인이 된 후 처음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진단 받았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호르몬 이상으로 배란이 잘 이뤄지지 않아 생리 불순, 난임 등을 일으키는 내분비 질환이다. 치료에는 규칙적인 월경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경구 피임약이 가장 많이 쓰인다. 김씨는 혹시 모를 부작용이 걱정돼 복용하지 않고 “몸무게가 늘면 좋지 않다”는 의사 말에 따라 체중 관리에만 신경써왔다. 그는 “내년 초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데,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뚜렷한 완치법이 없어 친구가 준 영양제라도 챙겨먹으려 한다”고 말했다.

만성질환 등 질병으로 20~30대 젊은층도 난임을 우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난임은 여성들의 출산 연령이 높아진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학계는 여성의 가임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만 35세 이상의 임신을 ‘고령 임신’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35세가 채 되지 않은 여성들 중에도 난소·자궁 관련 질환으로 난임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임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3만 8601명으로 2018년(22만 7922명) 대비 4.7%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해 불임 환자 중 30대 초(30~34세) 환자가 3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30대 초 불임 환자는 2018년 8만3040명에서 지난해 8만6092명으로, 4년 사이 3.7% 늘었다.

난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을 앓는 젊은 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다낭성 난소증후군으로 진료 받은 20~30대는 2만527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만6645명으로 늘었다. 무월경, 불규칙 월경, 배란통 등의 월경장애로 병원을 찾은 20~30대도 2012년 49만6239명에서 지난해 65만7037명으로 증가했다.

남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건보공단이 전혜숙 의원실에 제출한 ‘남성 불임 진료현황’에 따르면, 남성 불임 환자는 2018년 7만8370에서 지난해 8만5713명으로 10%가량 늘었다. 이중 30대는 5만3083명에서 5만5499명으로 5% 증가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전문가들은 성인병 증가의 영향으로 젊은 난임 환자가 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는 성인병은 임신과 출산에 미치는 악영향이 뚜렷한데, 비만·당뇨·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생식기능에도 더 빨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현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비만·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은 뇌하수체에 문제를 일으켜 배란 장애와 생식 호르몬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며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자란 10·20대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그 연령대 무배란 환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세계 남성들의 정자 수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해 주목 받은 연구도 그 원인으로 흡연·음주, 비만, 나쁜 식단 등을 지목한 바 있다. 국제 학술지 ‘인류 생식 업데이트’(Human Reproduction Update)를 통해 지난해 발표된 이 논문에 따르면 1973~2018년 사이 세계 남성들의 정자 평균 농도는 ml당 1억120만 마리에서 4900만 마리로 51.6% 감소했고, 총 정자 수도 62.3% 줄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고혈압은 임신 중독증으로 많이 이어지고, 당뇨는 갑작스러운 태아 사망, 양수과다증이나 거대아 분만 등과 연관이 높다”며 “이들 질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고위험 임산부’로 분류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리 부천 마리아병원 난임전문 클리닉 부장은 “비만 혹은 저체중 양극단으로 갈리는 체형, 음주·흡연에 관대한 문화 등 젊은 인구의 생활습관이 임신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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