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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지?" 고민 없애준다는 배민 AI…점주는 리뷰가 두렵다 [팩플]

중앙일보

입력

‘오늘 뭐 먹지?’ 이 고민을 인공지능(AI)은 해결할 수 있을까.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이 배민 앱에서 AI 메뉴 추천 서비스를 17일부터 시작했다. 배민 측은 이용자들의 메뉴 선택 고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입점 업체들 사이에선 리뷰 관리와 광고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슨 일이야  

'GPT-4'를 이용해 배민 앱에 누적된 리뷰 중 일부를 분석해 고객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안한다. 사진 배민 외식업광장 홈페이지

'GPT-4'를 이용해 배민 앱에 누적된 리뷰 중 일부를 분석해 고객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안한다. 사진 배민 외식업광장 홈페이지

이날 배민은 서울시 송파구부터 AI 메뉴 추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적용 지역은 점차 확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AI 메뉴 추천 서비스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 잡고 MS 클라우드인 애저(Azure) 기반의 ‘GPT-4’ 모델을 서비스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배민 앱 검색창에 구체적인 메뉴 이름이나 가게명을 입력하는 대신 간단한 키워드만 입력하면 키워드와 관련성 높은 메뉴와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어린이’ ‘혼밥’ ‘야식’ ‘스트레스’ 등의 단어를 쓰면, ‘아이도 좋아하는 떡볶이’나 ‘퇴근하고 먹는 돈까스’를 주문할 수 있는 가게 목록을 보여준다. 배민 앱에 쌓인 이용자 후기(리뷰)를 AI가 분석해 상황에 적합한 메뉴를 제안하는 것.

무슨 의미야  

수백, 수천만명이 쓰는 플랫폼 서비스에 생성 AI 기술이 속속 침투하고 있다. 배민의 지난달 월 활성 사용자수(MAU)는 1954만명(모바일 인덱스). 국내 배달 앱이 생성 AI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한 것은 배민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AI 추천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효율적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점주들이 별도의 광고 비용을 낼 필요가 없고, AI 추천으로 주문 건수가 늘면 (중개 수수료를 받는) 배민의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MAU 355만명인 여행 플랫폼 야놀자도 GPT 모델을 활용해 이용자 리뷰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리뷰 중에서 높은 평점과 낮은 평점의 리뷰를 분리해 분석·요약해주는 것.

이들 플랫폼은 AI 서비스에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나 행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해당 데이터를 언어모델(LLM) 구축에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민 수익성에 좋다는 AI, 음식점주에도 좋나?

서울 명동 시내 한 식당 앞에 짜장면 등 음식 가격표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명동 시내 한 식당 앞에 짜장면 등 음식 가격표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배민이 점주들에게 보낸 공지에 따르면 AI 메뉴 추천 영역에 추가로 노출되기 위해서는 배민1 한집배달·알뜰배달을 이용하거나 추가 광고 상품인 ‘오픈리스트’에 가입해야 한다. 오픈리스트는 메뉴 카테고리별 최상단 영역에 가게가 노출되는 광고 상품으로, 배민은 이용자 주문 금액의 6.8%를 점주에게 수수료로 부과한다. 이 때문에 점주들 사이에서는 “AI 메뉴 추천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용자 리뷰 관리나 광고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점주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안 그래도 이용자 리뷰 관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긍정적인 리뷰를 받기 위한 점주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 같다”면서 “AI 추천이 불리하다고 점주들이 느낀다면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일부 배민 이용자들이 사실과 다른 악성 리뷰를 남기거나, 긍정적인 리뷰를 써주겠다며 추가 서비스를 점주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점주들의 불만이 큰 상태다.

배민은 뭐래?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서비스 화면. 사진 우아한형제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서비스 화면.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은 AI가 정확하게 분석하고 공정하게 추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메뉴 추천 서비스에 대해 “리뷰 100개가 대부분 ‘스트레스 풀리는 매운맛’이라는 내용이라면 한가지 데이터로 (AI가) 인식하고, 소수의 리뷰라도 내용이 제각각이면 서로 다른 데이터로 처리한다”면서 “세부 기술을 다 공개하긴 어렵지만, 입점 가게들이 사용자에게 한 번이라도 추천될 수 있도록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부 부정적인 리뷰가 있어도 AI 추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리뷰 수가 많다고 AI 추천시 상단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광고비 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배민은 “해당 서비스는 리뷰의 맥락에 따른 메뉴 추천 서비스로, 입점 가게의 상당수가 이미 이 서비스 적용 대상”이라며 “리뷰 수나 별점 평가를 반영하는 서비스가 아닌 만큼 가게엔 다양한 노출 기회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는 더 나은 서비스 경험이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