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직전 로켓포 날아와"…긴박했던 이스라엘 수송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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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고 누군가 ‘한국이 부럽다. 멋지다’고 하더군요.”

이스라엘 교민 수송 지원을 총괄한 안효삼 대령(맨 앞)이 출정 신고를 하고 있다. 공군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에 체류 중이던 국민 수송 지원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지난 14일 귀국한 안효삼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대령)은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임무 수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서양인으로 보이는 한 외국인의 얘기를 꼽았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서 조종복을 입은 동양인들이 등장하자 신기해하면서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안 대령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국민을 모셔가기 위해 왔다고 했더니 ‘우리나라는 항공기를 보내주지 않았다. 한국이 너무 부럽고 멋지다’고 감탄했다”며 “참으로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탑승객들 벅찬 표정서 대한민국 국격 느껴”

이처럼 이번 수송 지원에 참여한 장병들은 완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임무 수행 과정을 떠올리며 자부심을 되새겼다. 공군에 따르면 지난 12일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투입이 결정된 후 베테랑 위주로 지원팀이 꾸려졌다. 24시간 내 출발을 목표로 신속히 움직인 이들은 13일 정오쯤 부산 김해공항을 떠나 14일 오후 10시 45분쯤 한국인 163명, 일본인 51명, 싱가포르인 6명 등 총 220명을 태우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한국을 뜬 지 35시간 만에 거둔 성과였다. KC-330의 선임 조종사를 맡은 안병수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비행대장(소령)은 “탑승하시는 분들의 벅찬 표정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어린이는 태극기가 담긴 그림으로 군에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교민 수송 지원 중 한 어린이 탑승객이 태극기 그림을 그려 군에 감사함을 표했다. 공군

日에 손 내민 한국…국적 초월 지원 역량

이들은 또 일본과 싱가포르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데서도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가용좌석 230여 석 중 탑승을 희망하는 한국인을 제외하고도 좌석이 남아 인도적 차원에서 일본 등에 탑승을 제안해 일본인 51명도 함께 수송기에 태웠다. 이에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미즈시마 고이치 주이스라엘 일본 대사는 한국 정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 대령은 “일본 탑승객 중 산모가 있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았다”며 “우리 임무요원이 휠체어로 가장 먼저 탑승할 수 있도록 지원했더니 남편이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공군 공정통제사(CCT) 박모 준위는 “일본인 여학생 한 명이 서울공항에서 내릴 때 유창한 한국어로 또박또박 ‘외국인인 저희를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줘 더욱 뿌듯했다”고 말했다.

실시간 들리는 폭발음 속 긴장의 연속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폭발음이 들리는 현지 상황에서 매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조종석에선 착륙 5분 전 착륙 방향으로 로켓포가 날아오고 이를 요격하는 아이언돔이 포착되기도 했다. 활주로에 내려 안도하던 찰나 폭발음이 다시 시작됐다.

KC-330의 선임 조종사를 맡은 안병수 소령이 탑승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공군

지난 4월 수단 교민 탈출 작전 ‘프라미스 작전’에도 참여한 안 대령은 “이번 작전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로켓포 요격 폭발음을 직접 들으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점이었다”며 “로켓포가 주변에 떨어졌을 때를 가정하고 어떻게 작전 펼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임용순 제5공중기동비행단 정비반장(준위)은 “화물을 포장하던 중 폭발음에 정신을 가다듬었다”며 “손이 더 빨라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KC-330이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 로켓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이제 됐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안 대령은 “요원들이 한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가며 임무를 수행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며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