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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공석 계속 땐 '민변’ 김선수, 법관인사 칼자루 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22일째를 맞은 16일 대법원은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예정대로 단행하기로 했다. 만약 공석 사태가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1월 1일 임기 만료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으로부터 대행직을 넘겨받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대법관이 인사를 주관하게 된다.

16일 안 권한대행 체제에서 두 번째 열린 대법관 회의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은 잠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현상유지가 원칙이므로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는 사항은 그 권한을 행사하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유보하거나 자제하는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방침을 정했다. 대법원장 고유 권한인 법관 인사를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적잖았지만,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대행할 수 있는 ‘현상유지’ 업무에 포함된다고 결론낸 것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6일 오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75년 헌정사에서 두번째로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뉴스1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6일 오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75년 헌정사에서 두번째로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뉴스1

법조계 안팎에서 ‘중도성향’ 평가를 받는 안 권한대행과 달리, 김 대법관은 민변 출신으로 진보적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직 판사 출신 법조인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가장 비판받는 것 중 하나가 진보 성향의 판사들을 대놓고 요직에 배치했다는 것이지 않나”며 “김선수 대법관이 인사 업무를 대행하게 되면 같은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일단 정기 법관 인사를 위한 인사지망, 추천 등 사전 절차는 안 권한 대행 체제에서 밟게 된다”며 “만약 올 연말까지도 차기 대법원장이 임명이 안 될 경우, 2월 정기인사에서 권한대행이 과연 법원장 인사까지 대행할 것인지에 대해선 재고의 여지가 남았다”고 말했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회의 차기 대법원장 임명절차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11일째를 맞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환, 노정희, 김선수, 안철상 대법관. 연합뉴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회의 차기 대법원장 임명절차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11일째를 맞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환, 노정희, 김선수, 안철상 대법관. 연합뉴스

이날 회의 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의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사건의 선정, 선고 여부 등은 권한대행이 사건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개최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대법관들은 대법원장의 직무인 대법관 후임 임명 제청을 위한 천거 등 사전 절차는 권한대행이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법원행정처는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임명 제청권을 위한 사전 절차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2024년 1월 1일 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들의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는 부득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7월 18일 퇴임한 조재연·박정화 전 대법관 후임 선정 절차는 퇴임 100여일 전인 4월 초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안 권한대행, 민유숙 대법관의 경우 퇴임이 석 달도 남지 않았지만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로 아직 아무런 절차를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대법관 14명 중 11명만 남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법관 3명 공석이 현실화되면 대법원 재판 파행도 불가피하다. 대법원 재판은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小部)에서 대부분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향후 대법원장 임명 절차의 추이를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다시 대행 범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대법원장 후보로 조희대(사법연수원 13기) 전 대법관, 이종석(15기) 헌법재판관, 이광만(16기)·홍승면(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오석준(19기) 대법관 등을 추천했다. 낙마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는 17일자로 서울고등법원으로 전보발령돼, 연말까지 연구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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