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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2기, 빅3 모두 영남…"'아내의 유혹'처럼 점 하나 찍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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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임명직 당직자 8명 일괄 사퇴로 공석이 된 당직의 후임 인선을 16일 단행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이만희(재선, 경북 영천·청도) 사무총장·유의동(3선, 경기 평택을) 정책위의장·김성원(재선, 경기 동두천·연천) 여의도연구원장·김예지(초선, 비례대표) 지명직 최고위원·박정하(초선, 강원 원주갑) 수석대변인·윤희석(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선임대변인·함경우(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조직부총장 등 7명의 임명직 당직자 인선을 확정했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추후 인선하기로 했다.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때 경기경찰청장을 지낸 뒤 2016년 총선으로 입문해 초선 때 원내대변인을 지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수행단장을 맡았고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선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지냈다.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비교적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 정책을 수립하고 당·정 조율을 이끌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김 대표가 강조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인선으로 분류될 만 하다. 그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직능본부장을 맡아 ‘친유승민계’로 분류된 적 있는 비윤계 인사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기용된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다.

국민의힘 유의동 신임 정책위의장과 박정하 수석대변인, 윤희석 선임대변인 등이 16일 김기현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유의동 신임 정책위의장과 박정하 수석대변인, 윤희석 선임대변인 등이 16일 김기현 대표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1기와 비교하면 수도권 인사가 전진 배치되고 평균 연령은 낮아졌다. 1기에서 수도권 인사는 배현진(서울 송파을) 전 조직부총장이 유일했는데, 2기에선 8명 중 절반(유의동·김성원·윤희석·함경우)이 수도권 인사로 채워졌다. 1970년대생 4명(유의동·김성원·윤희석·함경우)과 1980년대생 1명(김예지)이 기용되면서 평균 연령도 59세에서 52세로 낮아졌다.

김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우리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죽비였다”며, 특히 당·정 관계에 대해선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민친화형 국정운영 ▶후보 경쟁력 확보 ▶도덕성, 책임성 강화를 골자로 한 ‘3대 혁신’ 및 ▶당 혁신기구 출범 ▶총선 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별도 구성 등을 담은 ‘6대 실천과제’도 발표했다.

다만 당내에선 김 대표의 쇄신안과 인선 발표에 “이 정도론 분위기 반전이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에 이어 사무총장까지 영남의 이만희 의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컸다. 사무총장직은 공천 실무를 총괄하고 당 조직과 자금을 책임지고 있어 총선을 앞둔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로 주목 받았다. 비록 계파색은 강하지 않다고 해도 친윤계이자 영남권 지역구의 인물이 임명된 데 대해 한 수도권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을 무마하려 겉으론 수도권 인사를 전진 배치하면서도 정작 제일 중요한 공천권만큼은 포기 못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서울 양천갑을 지역구로 둔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 도중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주고받다 언론에 포착된 메시지에도 비슷한 우려가 반영됐다. 조 최고위원이 인선 명단을 보내자 김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며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부원장이 나눈 카톡대화 화면. 뉴시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부원장이 나눈 카톡대화 화면. 뉴시스

아울러 이 의원이 경기경찰청장 등을 지낸 경찰 출신인 점도 “검찰·경찰당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임인 이철규 의원(경기경찰청장 출신)과 이 의원의 전임인 김석기 의원(서울경찰청장 출신)까지 넓혀보면 세 번 연속 경찰 출신이 사무총장을 맡게 됐다. 이 사무총장(2기)은 윤재옥(1기) 원내대표와는 경찰대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 전략의 밑그림을 짤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의 과거 발언도 당내에서 회자했다. 지난해 8월 수해 당시 서울 사당동 일대에 자원봉사를 나온 김 의원은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막말 정당 이미지가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비윤계를 중심으론 인선에 대한 공개 비판도 줄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채널A 인터뷰에서 “2기 지도부 면면을 보니까 그다지 감동을 줄 명단은 아니다”며 “2주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드라마 ‘아내의 유혹’처럼 점 하나 찍고 나온 것으로 ‘이제 우리가 다른 사람’이라고 믿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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