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39도 고열에 복통...간이식 위기 50대 환자, 충격적 원인

갑작스러운 간농양과 간부전으로 간 이식까지 할 뻔한 50대가 기생충 감염증으로 확인돼 극적으로 호전된 사례가 확인됐다.

환자의 간 조직에서 발견된 개회충 유충. 사진 서울성모병원 보도자료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성필수 교수(소화기내과)·조문영 임상강사(소화기내과)·이성학 교수(병리과) 연구팀은 이같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기저 질환이 없던 51세 여성 환자는 갑자기 39도의 고열과 오른쪽 복부 통증을 호소하고 백혈구ㆍ호산구 증가와 심각한 간농양이 확인돼 처음에는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간농양은 면역 기능이 떨어지거나 세균이 간으로 침투해 간에 고름이 생기는 질환인데, 이 환자는 치료에 반응이 없을 만큼 간농양이 심각해 간부전이 진행됐다. 결국 간이식 수술까지 논의돼 올해 초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 됐다.

그러나 성 교수팀이 시행한 간 조직 검사에서 개회충 유충이 발견됐고,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해 개회충증으로 인한 간농양 및 간동맥 가성동맥류 출혈이 진단됐다고 한다. 개회충은 개를 종숙주로 하는 회충으로, 사람의 경우 소의 생간 등을 섭취해 감염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간이식까지 염두에 뒀던 환자는 항원충제(구충제) 복용과 염증 개선을 위한 스테로이드 치료 끝에 극적으로 상태가 나아져 퇴원했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국내 보건의료ㆍ위생 수준이 높아지며 최근엔 기생충에 의한 간농양이 드물지만 익히지 않은 생고기ㆍ생간ㆍ오염된 흙이 묻은 야채를 섭취할 경우 간이나 폐, 눈, 뇌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성 교수는 “해외 여행력이 있거나 생식을 하는 사람이 발열ㆍ복통ㆍ간 기능 이상을 보인다면 개회충증 기생충 감염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위장병학(Gastroenterology)’ 온라인판 6월호와 인쇄판 10월호에 발표됐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