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공부 잘하는 약·살 빠지는 약 없다, 청소년 꾀는 마약 뿌리 뽑고 건강한 미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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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버스에 타면 “한 방울의 마약, 나와 내 가족의 눈물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마약류 중독·확산 방지 캠페인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에게 마약음료를 마시도록 하는가 하면, 6월에는 비행 중인 여객기에서 비상문을 열겠다며 난동을 부린 10대 남성이 이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는 등 마약류 범죄가 어린이·청소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약이란 무엇이고, 왜 나쁜지, 특히 어린이·청소년이 주의해야 하는 부분과 마약 근절을 위한 노력까지 자세하게 알아봤습니다.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한 ‘NO EXIT’ 캠페인에 참여한 이정한 학생기자·박서현 학생모델·이연지·이이삭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마약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한 ‘NO EXIT’ 캠페인에 참여한 이정한 학생기자·박서현 학생모델·이연지·이이삭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마약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마약은 뇌와 척수로 이뤄진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미량으로 강력한 진통 및 마취 작용을 지니며 계속 사용하면 습관성·탐닉성이 생겨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입니다. 흔히 마약이라고만 말하는데, 마약은 마약류의 한 종류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향정), 대마 등 3가지로 분류되죠.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약류를 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의존성), 사용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내성),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며(금단현상), 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해요.

WHO의 정의에서 보듯 마약류는 의존성·내성·금단현상 때문에 개인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사용 중에 비이성적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법으로 관리합니다. 마약류에 중독되면 뇌세포 파괴로 일시적으로 지능이 낮아질 수 있고, 치아 손실이나 당뇨병과 이로 인한 합병증 등을 겪게 될 확률이 높죠.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데다 사용하기 전과 같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고 평생 장애를 겪게 될 수도 있어요.

흔히 말하는 마약을 최초로 발견하거나 사용한 사람에 대한 기록은 확인할 수 없지만, 기원전 1만2000년경인 구석기 시대에 종교적인 목적(샤머니즘)으로 코카잎이나 양귀비, 대마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코카잎·양귀비(마약)와 대마는 현재 마약류에 속하며 국내선 이를 함유한 물질을 만드는 것조차 금지돼 있죠. 일부 마약류는 의료상 필요성에 따라 각성·진통제 등의 효과를 목적으로 개발 및 사용되는데, 이를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해요. 의료용 마약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효능과 부작용 정보를 관리하면서 인체에 안전한 사용량·복용법 등을 법으로 통제합니다. ‘향정신성’은 중독성이 있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성질이 있는 약물을 말하는 것인 만큼 사용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의사의 처방을 받은 의료용 마약류의 경우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한다. 호기심으로 불법적인 투약을 해서는 안 된다.

의사의 처방을 받은 의료용 마약류의 경우 정확한 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한다. 호기심으로 불법적인 투약을 해서는 안 된다.

의료용 마약류는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은 있지만, 정해진 적응증에 허가받은 사용법과 용량을 지켜 쓰면 의약품으로서 유용해요. 모든 마약류는 법으로 제조·판매·사용을 규제하며, 특히 마약은 의학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데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피해도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을 금지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마약류 규제가 엄격해 마약류 사범이 적은 편이었으나, 최근 불법 마약류가 온라인·SNS 등 다양한 경로로 유통되며 진입장벽이 낮아져 미성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죠. 지난해 국내 수사당국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의 수는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수는 기존 역대 최다였던 2020년(1만8050명)보다 1.9% 늘어난 것으로 5년 전인 2018년(1만2613명)과 비교하면 45.8% 늘어난 수치죠.

10대 마약류 사범 또한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수가 적발되는 등 마약범죄 연령이 하향하는 추세도 뚜렷하게 나타났어요. 지난 5년 사이 10대 마약류 사범은 2018년 143명에서 지속해서 늘어나 2022년 481명으로 236.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20대는 174%, 30대는 57% 증가했죠. 전체 마약류 사범 중 30대 이하의 숫자는 총 1만988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고 비중도 전체의 59.7%로 최고치를 나타냈어요.

마약류 관련 통계

마약류 관련 통계

이에 마약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이 지난 1월 정식 조직으로 전환됐습니다. 2019년 4월 30일 임시 조직이 만들어진 지 3년 9개월 만으로, 식약처는 “마약안전기획관을 정식 조직화해 기획관이 마약류 안전 관리 문제를 총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을 서면으로 만나 마약 예방, 단속, 교육, 재활 등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늘어나는 10대 청소년 마약류 사범

지난 6월 식약처가 발표한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2020~2022)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하수처리장 가운데 3년 연속 조사 대상이 된 34곳의 하수처리장에서 전부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엑스터시(MDMA) 성분이 검출된 곳은 2020년 19곳에서 지난해 27곳으로 늘었어요. 17개 시·도별 최소 1개소 이상,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하수처리장을 선정(2020년 57개소, 2021년 37개소, 2022년 44개소)해 하수를 채집했으며, 불법 마약류 7종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중 5종(필로폰·암페타민·엑스터시·코카인·LSD)이 2020~2022년 사이 한 번이라도 검출됐죠. 조사 결과를 근거로 식약처는 인구 1000명당 하루 평균 필로폰 사용량은 21.8㎎, 엑스터시 사용량은 2.58㎎으로 추산했어요.

하수역학은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검출된 마약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인구수 등을 따져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입니다. 유럽연합(EU)·호주 등에서도 활용하죠. 마약류 관련 범죄는 숨어서 하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요. 일상생활에서 쓰고 난 후 버려진 하수를 조사해 그 안에 포함된 마약류의 양을 분석하면 숨어있는 마약류 사용자 수치를 대략 추정할 수 있죠. 마약 투약 여부를 소변으로 검사할 수 있는 것처럼, 도시에서 생활하는 마약중독자의 배설물이 하수에 섞여 검출되는 겁니다. 이를 토대로 수사에 도움을 주고 불법 마약류 예방과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 관련 정책 수립에도 활용할 수 있어요. 식약처는 불법 마약류 근절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조사 결과를 유럽 마약 및 마약중독 모니터링 센터(EMCDDA) 등 국제기관과 적극 공유하고, 국내 수사‧단속 관계기관에도 실마리 정보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도착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인천공항본부세관 소속 마약 탐지견이 공항 수화물 적발 시범을 선보였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도착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인천공항본부세관 소속 마약 탐지견이 공항 수화물 적발 시범을 선보였다. 뉴스1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된 마약은 실제 투약된 것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국에 마약이 퍼져 있으며 이보다 많은 양이 공급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냅니다. 마약류 사범이 갈수록 늘고 마약범죄에 연루되는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마약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청소년 등이 마약류에 대한 폐해나 부작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불법 사용자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보여요. 대검은 ‘2022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인터넷·SNS 등의 보급과 이를 이용한 마약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 젊은 층의 마약류 범죄가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죠. 또 해외와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해외에서 마약류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등이 국내로 귀국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1명(10.4%)은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전국 초(4∼6학년)·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만7140명의 청소년이 대상이었는데요. 이번 조사에는 환각성 물질 및 약물 경험 및 구매방법에 관한 통계를 신규 추가했죠. 진통제(펜타닐 패치)를 사용한 청소년 중 94.9%는 병원에서 처방받아 구매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사람(성인)에게 얻어서' 구매한 비율도 9.6%나 됐죠. 또 환각성 물질인 식욕억제제(나비약) 복용 경험은 0.9%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다만 펜타닐 패치의 경우 ‘진통제’라는 표현이 전면에 배치돼 일반 진통제 이용 경험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내년 조사에서는 마약류 진통제의 처방량, 사용처, 타인에게 넘겨줬는지 여부 등까지 더 자세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죠.

청소년을 유혹하는 마약류와 주의점

“또래인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이 이렇게 많이 퍼져있는지 몰랐다”며 놀란 소중 학생기자단은 “지난봄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알고 있다”면서 이 사건이 청소년 마약 문제에 있어 어떤 중요한 부분이 있을지 궁금해했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어났던 ‘공부 잘하는 약’ 시음 사건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악용한 마약범죄입니다. 범인들은 마약음료에 ‘메가 ADHD’라는 라벨을 붙여 입시·성적에 간절한 학생들을 꾀었죠.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공개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에서 공개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관련 압수품과 증거품.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우리나라에서 처방되는 ADHD 치료제는 주성분이 ‘메틸페니데이트’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마약류 의약품이에요.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의료용 향정신성 물질로, ADHD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집중력을 향상해 일반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의 집중력 상승, 과잉행동 완화 등의 ADHD 치료 효과가 ‘공부 잘하는 약’ ‘집중력 높여주는 약’ 등으로 잘못 포장돼 학부모·수험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오·남용되어 온 건데요. 실제로는 ADHD 환자 외엔 효과가 없습니다.

ADHD 환자가 아니라면 평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불면, 불안, 두통, 환각, 망상성 사고, 조증, 공격성 행동 등의 부작용만 나타날 수 있으니 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사용하면 안 돼요. 메닐페니데이트는 암페타민류에 해당하고 강도가 약할 뿐 필로폰과 유사성이 높아 부작용 우려도 높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약’이라는 꾀임에 마약음료를 시음하고 복통·어지러움 등 마약류의 부작용 증상을 겪은 거죠.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으로 구속송치된 마약음료 제조범 길모씨(가운데). 연합뉴스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으로 구속송치된 마약음료 제조범 길모씨(가운데). 연합뉴스

‘공부 잘하는 약’만큼이나 청소년을 유혹하는 약이 ‘살 빠지는 약’(식욕억제제)입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원(영양성분)을 섭취하면 남은 분량은 지방으로 체내에 쌓이는데요.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비만이라고 하죠.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에 굳이 비만이 아니더라도 체중 감량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이 많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역시 “살 빠지는 약을 먹으면 정말 다이어트가 되나요?” “살 빠지는 약인데 왜 마약이라고 하나요?” “살 빠지는 한약도 있던데 여기에도 마약 성분이 있나요” 질문을 쏟아냈죠.

살 빠지는 약은 흔히 상상하듯 복용만으로 저절로 지방이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식욕을 억제하고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하며 몸의 수분을 빼앗아 체중 감소를 돕는 의약품이에요. 비만이 고혈압·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우울증·감정장애 등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식욕억제제를 활용하고 있죠. 병원에서 처방받는 모든 식욕억제제나 체중조절약에 마약류 성분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요.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펜터민·펜디메트라진·암페프라몬·마진돌·펜터민-토피라메이트(복합제)를 주성분으로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만 16세 이하 환자에게는 복용을 금지합니다. 특히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0.9%의 청소년이 복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디에타민)의 경우 암페타민 관련 약물로 분류되는 펜터민 성분이 들어있어 다른 식욕억제제와 함께 사용이 금지되며 최소 기간 최소한의 양만 사용해야 하는 등 안전사용기준이 엄격한데요.

‘공부 잘하는 약’ 등의 이름으로 청소년을 유혹하는 마약에 절대 넘어가선 안 된다며 포즈를 취한 이이삭 학생기자.

‘공부 잘하는 약’ 등의 이름으로 청소년을 유혹하는 마약에 절대 넘어가선 안 된다며 포즈를 취한 이이삭 학생기자.

의존성이 높은 데다 우울, 불안, 초조, 두통, 발작, 수면 방해, 공격적 행동, 기억장애, 환각, 뇌구조 변질, 위장관 장애,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물게 권장용량에서도 정신질환적 발작이 나타날 수 있죠.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의사의 진료에 따라 고도비만의 경우 처방되며, 이때도 건강을 위해 복용량·용법·기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친구가 처방받은 약이 남았다고 나눠 먹거나 하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대개 어린이·청소년 비만 치료는 식사·운동·행동요법을 원칙으로 하죠.

또 일명 ‘몸짱약’이라고 해서 근육을 잘 만들어준다는 약이 있는데요. 이는 마약류는 아니고 전문의약품에 속합니다. 다만 해외직구 등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몸짱약’ 중에는 불법으로 단백동화스테로이드를 넣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백동화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줘서 근육은커녕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죠. 단백동화스테로이드는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병원에 가서 의사 처방에 의해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잠 잘 오게 하는 수면제는 마약이 아닐 것 같은데, 마약 관련 뉴스에서 많이 나온다”며 “수면제에도 마약 성분이 있는 건지, 부작용도 있는지” 질문했죠. 잠 잘 오게 하는 약에는 의약품인 수면유도제와 마약류 의약품인 최면진정제 등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불면증 등으로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해 정신적·신체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의사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해야 하죠.

박서현 학생모델이 직접 만든 ‘마약, NO 관심이 답!’ 표어 피켓을 들고 마약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박서현 학생모델이 직접 만든 ‘마약, NO 관심이 답!’ 표어 피켓을 들고 마약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언급된 펜타닐 패치는 마약류 진통제의 일종인데요. 일명 ‘좀비마약’으로 널리 알려졌죠. 소중 학생기자단 역시 “들어본 적 있다” “해외 영상으로 좀비마약 중독자가 좀비처럼 걷는 모습을 본 적 있다”며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청소년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었을지” “처방받았다고 하는데 그런 약도 마약 부작용이 큰지” 알고 싶어 했어요.

펜타닐은 말기 암환자의 통증에 처방될 만큼 강력한 진통효과를 가진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중증질환·수술 등에 의해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만큼 펜타닐은 모르핀의 100배 정도의 진통 효과가 있지만 치사량이 2mg일 정도로 위험한 약물이에요. 극미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고 뇌손상으로 영구적인 후유증을 갖는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펜타닐은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어요. 금단 증상 또한 다른 마약류보다 매우 강력해 단약이 어렵다고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펜타닐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는 7만601명으로, 2017년(2만8466명)의 2.5배로 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죠. 국내에서도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가 2021년 13명, 2022년 7명 등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처방하지 못해요. 의사가 처방한 정량보다 과다 사용하면 호흡 기능이 저하돼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호기심에 불법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해 국내 의료용 마약류 취급보고 내역을 모두 관리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상황판 화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마약류 오·남용 방지를 위해 국내 의료용 마약류 취급보고 내역을 모두 관리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상황판 화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의사의 처방에 의해 환자에게 주는 향정신성의약품은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환자의 인적 사항, 사용량, 처방 일시 등을 상세히 관리합니다. 마약류관리법 제11조에 따라 마약류 취급 내역 보고 제도를 운영하는 거죠. 마약류를 취급하는 모든 사람은 수입·수출·제조·구입·판매·양도·양수·폐기·조제·투약 시에 인적정보(거래자·의료인·환자) 및 제품정보와 조제·투약정보(투약·조제량·처방정보)를 취급한 날부터 7일 이내에 보고해야 해요. 마약류 의약품을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배우 유아인 등 프로포폴 상습 투약범을 찾아내고, 지난 6월에는 펜타닐을 과다 처방한 의사가 구속되기도 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처럼 모르고 마약을 먹은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우연히 마약을 먹거나 모르고 마약을 접해도 처벌되는지” 궁금해했어요. 모르고 마약류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 경찰에 신고해 본인이 몰랐음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경우 처벌 대상은 아니죠. 마약류 취급에 대한 처벌은 단순 소지만 해도 가능한데요. 만약 마약을 투약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소지하거나 소유·관리했다면 1년 이상 유기징역, 수출입·제조·매매·판매·유통 시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죠. 청소년 역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마약에 연루된 연예인이나 상류층 사람들이 그런 벌을 받았다는 뉴스는 본 적 없다”며 “처벌을 강화하고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죠.

처벌을 떠나 모르고 복용하더라도 마약에 중독될 수 있으니 반드시 병원을 찾아 의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단순 투약자 등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죠.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있는 마약류 중독자로 전문 치료·상담이 필요한 경우 마약환자치료병동을 보유한 전국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하며, 치료·재활을 위한 지속적 상담·관리가 필요한 경우 보호관찰관의 선도·감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이에 현재 두 곳뿐인 국가 지정 마약치료병원을 늘려 적극적인 중독 치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음 행사를 가장해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늘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충남약사회 소속 전문 강사로부터 마약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세종교육청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음 행사를 가장해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늘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충남약사회 소속 전문 강사로부터 마약 예방 교육을 받고 있다. 세종교육청

마약이 주는 일시적 환각이나 행복감 등으로 인해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느낌은 진짜가 아니며, 마약류는 한번 중독이 되면 평생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청소년들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마약류 예방 등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환각성 물질 및 약물 위험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 없는 학생이 56.8%에 달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 역시 학교에서 마약 관련 수업을 따로 받은 적은 없다고 했죠.
정한 학생기자는 “보건 교과서에서 불법 약물 오·남용하지 말라는 정도”, 서현 학생모델은 “강남 마약음료 사건 이후 선생님이 거리에서 나눠주는 거 먹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다”, 연지 학생기자도 “관련 가정통신문을 받았다”고 밝혔어요. 뉴스나 유튜브 등 SNS를 통해 마약·마약범죄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한 학생기자는 “담배 예방교육은 밥 먹듯이 해서 애들 뇌에 박힐 정도인데, 마약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였죠.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을 하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온라인 교육원을 활용하면 언제든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마약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어요.

지난 5월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에서 진행한 식약처의 청소년 대상 마약류 예방 교육 프로그램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5월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에서 진행한 식약처의 청소년 대상 마약류 예방 교육 프로그램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중 학생기자단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등의 용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어요. 이삭 학생기자는 “평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가 마약 관련 뉴스가 여럿 나오면서 위험하게 느껴졌다“며 “ 이젠 이름 때문에 오히려 꺼려진다“고 했죠.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했던 전주 풍남초 학생들은 지난 6월 한옥마을 점주들에게 상호명·메뉴명 등에서 ‘마약’ 대신 다른 말을 써 줄 것을 제안하는 손편지를 보냈어요. 한 점주는 “좋은 의견 보내줘서 고맙다”며 “‘마약’이라는 말은 빼겠다”고 답장을 보내기도 했죠.

서현 학생모델은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된다는 걸 홍보하기 위해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사람들이 마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며 “대신 ‘맛있는’ ‘달콤한’ ‘신선한’ 등 긍정적인 단어를 이용하면 어떨까” 제안했죠. 연지 학생기자 역시 ‘천국김밥’ ‘손이가김밥’ 등 긍정적인 문구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마약떡볶이를 대신할 수 있는 이름으로 네버스탑 떡볶이는 어떨까 해요. 왜냐하면 마약이라는 단어로 한 이유가 중독적인 것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아서죠. 마약 대신 ‘멈추지 않는’이란 뜻으로 네버스탑(never stop)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정한 학생기자가 직접 만든 ‘마약, 인생이 파탄나는 고난의 시작점!’ 표어 피켓을 들고 마약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이정한 학생기자가 직접 만든 ‘마약, 인생이 파탄나는 고난의 시작점!’ 표어 피켓을 들고 마약 근절 캠페인에 나섰다.

마약류 중독 문제에서 예방·재활의 중요성이 강조된 데 따라 정부는 내년 초를 목표로 ‘마약류 중독 분야 전문가 양성사업(가칭)’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2021년 마약류 사범의 동종(同種) 재범률은 평균 35%에 이르는데요. 기소유예 처분과 함께 교육기관에 교육을 의뢰하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자(교육이수자)의 재범률은 11.2%(2015년~2019년 6월)에 그쳤죠. ‘국가 공인’ 마약 전문가가 배출되면 청소년이나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마약 예방 교육에 투입됩니다.

올 상반기 검거된 10대 마약사범만 60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소중 학생기자단은 마약류 예방을 위해 경찰청이 4월 26일부터 연말까지 250일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하는 ‘NO EXIT’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출구 없는 미로, NO EXIT 마약,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마약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마약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죠. 소중 독자 여러분도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고 마약 범죄를 예방하는 ‘NO EXIT’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해 주세요. 소년중앙 홈페이지(sojoong.joins.com)에서 해당 기사를 클릭하면 하단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캠페인에 사용한 소년중앙 버전 ‘NO EXIT’ 이미지가 첨부돼 있으니, 이를 출력하거나 휴대전화·태블릿PC 등에 띄워 들고 인증샷을 찍은 뒤 SNS에 함께할 친구를 지명해 올리면 됩니다.

'이끼' '내부자들' '미생' 등을 만든 만화가 윤태호가 'NO EXIT'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NO EXIT 캠페인은 경찰청과 한국마약운동퇴치본부가 마약 퇴출 국민 의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진행하는 릴레이 공동 캠페인으로 정치인과 연예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이끼' '내부자들' '미생' 등을 만든 만화가 윤태호가 'NO EXIT'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NO EXIT 캠페인은 경찰청과 한국마약운동퇴치본부가 마약 퇴출 국민 의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진행하는 릴레이 공동 캠페인으로 정치인과 연예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대치동 학원가에서 벌어진 마약음료 사건이나, 미국의 마약 노출로 인한 영유아 사망사건 등을 뉴스에서 접하며 대한민국에 사는 어린이·청소년도 언제든 마약을 접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번 취재는 마약이 얼마나 위험하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느끼게 해 주었는데요. 국내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이 마약류를 접해봤고, 해외에서는 마약을 몰래 넣은 사탕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우리 모두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서현(서울 신상도초 6) 학생모델

이번 취재를 통해 마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저는 마약이라는 것은 그냥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마약을 왜 하면 안 되는 것이며 왜 우리에게 안 좋은지를 정확하게 알게 됐죠. ’한 번 마약 한 건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약이라는 물질이 입에 닿는 순간 마약에 중독되고 자신의 소중한 인생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평생 마약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합시다.

-이연지(서울 언주초 6) 학생기자

마약과 마약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마약 근절에 관한 나의 다짐을 담은 마약 퇴치 서약서를 작성했다.

마약과 마약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마약 근절에 관한 나의 다짐을 담은 마약 퇴치 서약서를 작성했다.

이번 취재에서 소중 학생기자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약에 대한 많은 정보는 물론이고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야기하면서 더욱 생각이 깊어질 수 있는 주제기도 하고 마약에 대해 조심성과 경각심이 늘어나는 등 여러 관점과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시간이었어요. -이이삭(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소년 마약사범의 실태와 위험성을 알았습니다. 마약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죠. 또 마약사범의 처벌이 더 무거워져야 우리나라가 다시 마약 청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한(서울 양진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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