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총선 눈치? 정부, 인상률 등 숫자 없는 연금개혁안 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뉴스1

정부가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보험료 인상률 같은 구체적인 연금개혁안을 담지 않는 대신 국민연금·퇴직연금·기초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1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런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 보도를 요구한 정부 핵심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기보다 (전체 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혁 이런 걸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 한국은 32%) 논쟁을 하는데, 국민연금만 갖고 떠들 일이 아니다. 노후소득보장 체계 전체를 아울러서 소득대체율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제시할 것이냐”고 묻자 “장담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당시 조 장관은 “이때까지 4번의 계획안이 나온 거로 알고 있는데, 그중에 한두 번은 방향만 제시하는 등 다양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국감에 앞서 지난달 추석 연휴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연금개혁 방안을 보고했다. 그의 국정감사 답변은 윤 대통령 보고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달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한다고 (연금개혁을) 마무리하는 게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국민 여론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달 국회에 제출하는 연금개혁안에는 보험료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모수(숫자) 개혁 방안이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인구·경제성장률 등을 따져  5년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따져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2003년 이후 1~4차 재정재계산 중 2차 때(2008년)는 ‘추가적 재정 안정화 방안은 제3차 때 검토’라고 방향만 제시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구체적 안이 없는 정부의 종합운영계획안은 ‘맹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은 이대로 가면 2055년에 고갈된다. 미래 세대가 소득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달 1일 연금개혁 18개 시나리오를 내면서 보험료를 9%에서 15%로 올리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높이는 안을 유력 안으로 제시했다. 13일에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 50% 올리는 안도 추가했다.
 정부가 시나리오 중 일부를 선택해 개혁안으로 내놓지 않고 뒤로 미룰 경우 “내년 총선을 고려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재정 균형을 맞추려면 18%(현재 9%)로 올려야 하는데 이게 안 되면 12%까지라도 올리자고 제안하고, 이후에 보험료 추가 인상이나 구조개혁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런 게 없다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야당의 비판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4차 재정재계산(2018년) 후 4가지 안을 냈을 때 당시 지금의 여당 소속 복지위원들이 ‘무책임의 극치다. 복지부 장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며 “복지부가 이번에 반드시 단일안을 제출해야 한다.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 복지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