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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적발…“내부 거래로 주식수 부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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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장기간에 걸친 관행적 불법 공매도 사실을 처음 적발했다. 이들은 허술한 내부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까지 공매도(무차입 공매도)하고 부족한 주식은 나중에 빌려서 채워 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공매도

공매도

15일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글로벌 IB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직접 국내 시장에 공매도할 수 없고, IB를 통해야 한다. 공매도 주문을 받은 IB는 실제 국내시장에서 공매도를 수행하는데,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사실상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는 2개사다. 홍콩 소재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 총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이 과정에서 내부 부서끼리 주식을 서로 빌려주고 이를 전산시스템에서 중복으로 계산해 보유 주식을 부풀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A사가 주식 100주를 가진 상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150주의 공매도 주문을 받았으면, 원래는 모자란 50주는 다른 곳에서 구한 뒤 공매도를 해야 한다. 하지만 A사는 보유한 100주 중 50주를 A사의 다른 부서 B에 빌려주고, 이런 사실을 전산시스템에는 입력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전산시스템에는 A사가 원래 가졌던 100주는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A사의 B부서가 50주를 추가로 빌린 사실만 반영되기 때문에, 총 150주로 보유 주식이 부풀려지게 된다. A사는 전산시스템으로 만든 이런 허위 주식 보유량을 바탕으로 150주의 공매도 주문(50주는 무차입 공매도)을 일단 낸 뒤, 주문 다음 날 모자란 주식을 채워 넣었다.

금감원은 A사의 이런 비정상적 거래 방식이 사실상, 고의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중복 계산된 주식 수를 바탕으로 공매도하다 보니, 매매거래 다음 날 결제 수량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지만, A사는 원인 규명과 시정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글로벌 IB가 우리나라 시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홍콩 소재 B사도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 간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보유가 확정된 주식 수가 아닌 앞으로 빌려올 수 있는 주식 수를 기준으로 공매도 주문을 했다. B사는 금감원 적발 이후 보유가 확정된 주식 수를 바탕으로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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