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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韓 국가채무, 5년 뒤 57.9%…비기축통화국 중 속도 1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건전 재정’을 앞세우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향후 5년간 한국의 국가채무(나랏빚) 증가 속도와 규모가 다른 비기축통화국가를 압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을 억제하기 위해선 긴축조치를 이어가는 한편 재정준칙처럼 보다 강력한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IMF가 최근 발간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올해 54.3%(예상치)인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5년 뒤인 2028년 57.9%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경우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4위였던 순위가 싱가포르(170.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뛰게 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일반정부 부채는 국내에서 주로 쓰는 국가채무(D1: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의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정부 채무다. 주로 국제기구 등에서 나라 간 부채를 비교할 때 활용된다.

2018년 40%→2022년 53.8% 부채비율 급증

해당 수치는 2014년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까지만 해도 39~40%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2018년 40%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42.1% ▶2020년 48.7% ▶2021년 51.3% ▶2022년 53.8%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문 정부가 경제와 복지를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정부 재정을 푼 데다가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폭증된 탓이다.

일각에선 2028년 한국의 부채비율이 미국(137.5%)·영국(108.2%)·일본(252.8%) 등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은 미국 달러나 유로·일본 엔화·영국 파운드와 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를 사용하는 기축통화국으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기축통화국의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도 스스로 화폐를 찍어 나랏빚을 갚을 수 있는 반면 비기축통화국의 화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아 빚이 늘어나면 위험하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상황에서 화폐가치가 폭락해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를 구하지 못하면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2028년, 비기축통화국 중 부채 증가 속도 1위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한국은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도 부채비율 증가 속도가 특히 더 빠르다. 2014년 39.7%에서 2023년 54.3%(예상치)로 14.6%포인트 올라 싱가포르(70.2%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향후 5년 뒤면 부채비율이 57.9%까지 상승해 2023년보다 3.66%포인트 높아진다. 이는 홍콩(3.57%포인트)과 함께 비기축통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앞으로 인구 감소와 빠른 고령화에 따라 복지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부채비율 증가 속도는 이후에도 가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IMF “경기 둔화해도 재정 지원보다 건전화 기조 유지해야”

IMF는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모로코 마라케시 IMF 연차총회장에서 진행된 한국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부는 경기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지금은 외부 수요가 악화했기 때문에 재정 지원보다는 건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라며 “미래에 있을 잠재적인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버퍼(buffer·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원 정책을 이행하고 싶다면 모두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재정적자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면서 필요한 계층에 표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재정준칙 법제화 필요성도 공감했다. 재정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경우에는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하는 걸 골자로 하는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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