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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도 급 달라…공시가격, 층·향·조망별 등급 매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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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정부가 아파트 공시가격에 영향을 주는 층, 향, 조망 등에 등급을 매기고 이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따로 검증센터를 만들어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15일 발표했다. 공시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되 그간 지적돼온 ‘깜깜이 공시’ 관련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 공시제도는 토지와 주택에 대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적정 가격을 공시하는 제도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그동안 가격 산정 절차가 불투명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일례로 지난 2019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직원이 층별로 차이를 두지 않고 가격을 산정한 데다, 검증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결국 2개 동 230가구 전체 공시가격이 통째로 정정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우선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긴다. 아파트 저층과 고층이 많게는 억 단위로 가격 차이가 나는 현 상황에서, 이에 따른 공시가 산출 근거를 객관화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상반기에 층(최대 7등급)과 향별(8개 방향) 등급부터 공개한다. 이유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층수 등급 체계는 단지마다 특성이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향은 정남향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망(도시·숲·강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2026년에 등급 공개를 추진한다.

또 내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때 ‘공시가격 실명제’를 도입한다. 주택 소유자가 조사자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조사자의 성명, 연락처를 공개하는 것이다. 소유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 시세 정보, 비교 거래 사례 등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받을 수 있다.

광역 지자체에는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두고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행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과정 전반을 지자체가 상시 검증하게 된다. 현재 공동주택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원이, 표준지(토지)는 감정평가사가 조사·산정을 맡고 이를 토대로 지자체가 개별 단독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동산원이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공시가격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국토부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절충안으로, 올해 서울시와 협업해 공시가격 검증센터 운영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고 내년에 2~3개 시·도로 넓힐 예정이다.

부동산원의 공시가격 ‘셀프 검증’도 손질한다. 지금은 부동산원이 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하고 검증 업무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제도를 바꿔 소유자가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하면 지자체 검증센터에서 1차 검토를 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인력을 늘린다. 지난해 520명이었던 산정 인력을 올해 650명으로 25% 늘리고, 2025년엔 690명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기준 부동산원의 1인당 평균 공동주택 조사 물량은 2만8000가구에 달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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