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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중수로도 뚫었다…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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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수원이 설비개선사업 계약을 추진하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사진 한수원]

한수원이 설비개선사업 계약을 추진하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사진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조50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설비개선사업을 3국 컨소시엄으로 뚫었다. 내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어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수원은 1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에서 캐나다 캔두 에너지,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사업 공동 수행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해당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월성 2~4호기와 동일한 700㎿ 중수로 노형인 체르나보다 1호기는 2026년 말 1차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추가 30년 운전을 위해 2027년부터 약 32개월간 압력관 교체 등 대규모 설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인프라 건설을 포함하면 총 사업비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컨소시엄 3사는 루마니아 측과 협상을 진행한 뒤 내년 상반기에 계약을 맺는다는 목표다. 발주사인 SNN이 수의계약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라 경쟁사가 없는 만큼 계약 전망은 밝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사업 수주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수원 단독 계약은 아니지만 각자 강점을 가진 컨소시엄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한수원은 전체 시공과 방사성 폐기물 보관시설 등 인프라 건설을 담당할 예정이다. 캔두·안살도는 각각 원자로 계통과 터빈 발전기 계통의 설계, 기자재 구매 등을 맡게 된다. 회사별 사업비는 산정 중이지만, 한수원이 차지할 비율은 약 40% 전후로 추정된다.

지난 6월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코스민 기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사장의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계약식. [연합뉴스]

지난 6월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코스민 기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사장의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계약식. [연합뉴스]

특히 한수원은 캐나다·이탈리아 업체와 달리 체르나보다 1호기 원전 공급사가 아닌데도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국내 주력 원자로인 경수로가 아닌 캐나다에서 개발한 중수로 사업에 들어간 건 월성 원전 등 국내 운영 노하우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2009~2011년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 개선 작업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한 바 있다. 한수원도 이번 사업을 위해 이러한 능력들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26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사업을 따낸 데 이어 루마니아 추가 사업 수주까지 눈앞에 두면서 원전 생태계 회복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이번 사업엔 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삼성물산과 함께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기자재 공급이나 인프라 건설 등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 사업,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 사업으로 총 8000억원 규모의 일감이 풀릴 예정인데, 추가 일감이 들어오면 국내 업체의 숨통이 트이게 된다. 정부가 내세운 ‘2027년까지 해외 원전 설비 수주 5조원’ 목표엔 한층 가까워진다. 또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에 제기한 소송이 지난달 각하된 만큼 향후 체코 두코바니, 폴란드 퐁트누프 같은 신규 원전 사업 수주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큰 기기 제작은 대기업이 하겠지만 기기 부품·소형 설비는 협력 업체가 맡는다. 방폐물 시설 등 일반 인프라에도 중소·중견기업이 충분히 참여 가능한 만큼 이번 사업이 원전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발주사, 컨소시엄 구성원 간에 긴밀히 협력해 최종 계약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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