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과 인수합병 추진…한류학 중심지 만들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윤재웅 총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취업 걱정,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윤재웅 총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취업 걱정,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동국대는 서울의 최중심지인 남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윤재웅(62) 동국대 총장은 이 대학을 서울의 중심지를 넘어 한류학의 중심지, 첨단 과학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대학을 인수합병(M&A)하고, 대대적인 캠퍼스 리모델링으로 동국대를 남산의 명소로 만든다는 구상도 있다. 이런 계획을 모두 달성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윤 총장은 “‘혁신적 상상력’만이 대학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상상하는 대학의 미래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취임식부터 혁신적 상상력을 강조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대학은 잘 변화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챗GPT에 지식이 널려있고, 해외 대학 강의도 누구나 들을 수 있다. 돈과 시간을 들여 대학에 다닐 필요가 있느냐,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대학이 바뀌려면 기존 패러다임을 파괴하는 혁신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대학 구성원 누구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라도 내놓을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가르치고 배우고 연구하는 방식을 디지털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캠퍼스가 서울 중심에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지가 좁아 확장에 한계도 있는데.
“서울시가 남산 고도제한 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 기존 건물 증축이 가능해진다. 증축과 함께 지하 공간을 개발하고, 건물 옥상을 연결해 ‘하늘정원’을 만드는 등의 리모델링을 구상하고 있다. 남산과 하늘정원이 연결되면 남산타워와 북한산, 청와대 등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서울 중심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수도권 대학과의 인수합병 계획도 밝혔다.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규제를 풀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한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입학 정원은 2823명인데,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3000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이 돼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재정부터 연구까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지방은 대학 짝짓기가 시작됐고, 서울도 머지않았다. 법령을 검토하고 인수 대상 선정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한용운, 조지훈, 서정주 등을 배출한 동국대는 인문학이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교육부가 선정한 첨단 분야 정원 확대 대학에 포함됐다. 수도권에서는 10곳만 선정됐다. 이에 따라 동국대는 2024학년도 입시부터 첨단 분야인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모집 정원을 45명 늘릴 계획이다.

인문학이 강한 대학인데, 첨단과학 분야를 증원할 수 있게 됐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이 강하다는 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약점이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다. 이공계와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고, 이공계 인재에게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주로 어떤 분야를 육성할 계획인가.
“지난해 AI융합학부를 만들고 올해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로 확대했다. 인공지능과 인문사회를 융합하는 인재 양성이 목표다. 정원을 증원하는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는 지능형 로봇 전문 인재 양성에 특성화돼있다. 내년부터는 AI와 로봇을 결합한 ‘지능형 로봇 융합전공’을 신설할 것이다.”
전공 벽을 허물고 모집단위 광역화를 하겠다고 했다.
“학과 단위 모집은 학생을 옭아매는 구조다. 학과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상수가 아니라 얼마든지 헤쳐모일 수 있는 변수여야 한다. 학생에게 전공 선택권을 폭 넓게 주는 것은 옳지만, 단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2025학년도부터 90%는 학과별 모집, 10%는 계열별 광역 모집을 시작할 계획이다. 광역화 모집을 점차 확대한다는 목표로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다.”
한류융합학술원도 설립한다고 했는데.
“한류는 그냥 신기한 일이 아니라 문화현상이자 산업이고, 정책이 돼야 한다. 개별적으로 한류를 연구하는 사람은 있지만, 집중적으로 한류학을 키우는 대학은 없다. 우리는 연극영화, 문학, 무용 등 한류와 관련된 전공이 많다. 엔터테인먼트나 푸드 기업, 정부기관 등과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한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이 학문적으로 한류를 배울 수 있도록 석박사 학위도 만들 계획이다.”
학생 취업난 대책은.
“동국대의 지향점은 ‘취업 걱정 없는 대학,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이다. 저학년 때부터 진로·적성을 탐색하고 취업 세미나, 멘토링, 스터디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인문·사회·예술 계열 학생들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전공 기반 AI융합교육을 확대한다. 학생마다 취업 목표를 위해 뭐가 부족한지 분석해주고, 개별 케어까지 해주려 한다. 왜 다른 대학이 아닌 동국대에 와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한 취업 케어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을 위한 계획은.
“등록금 걱정을 덜어 주려면 장학금을 많이 줘야하고, 기금을 많이 모아야 한다. 우리 대학은 최근 종단에서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불교 중흥이 동국 발전이고 동국 발전이 불교 중흥’이라는 기치 아래 건학위원회를 발족했다. 2022년 신설한 ‘동국건학장학’은 지금까지 70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했다. 혁신적 상상력으로 더 좋은 대학이 되면 기금도 많아질 것이고 더 많은 학생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윤재웅 총장=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부임해 전략홍보실장,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다르마칼리지 학장 등을 역임했다. 미당 서정주로부터 직접 배운 미당 전문 연구자로, 미당에 관한 다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으며 미당기념사업회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