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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을 이유로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를 이르면 오는 13일 법원에 내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종교 단체를 상대로 해산을 청구해 실제로 해산이 이뤄진 건 지난 1995년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로 물의를 일으킨 옴진리교와 2002년 사기 사건을 일으킨 메이가쿠지(明覚寺) 두 곳에 불과하다.

12일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모리야마 마사히토(盛山正仁) 문부과학상은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후 종교법인심의회를 열고 지난 1년간 170명 넘는 피해자에 대한 청문 등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심의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증거가 충분하다”며 만장일치로 해산 청구를 승인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모리야마 문부과학상은 기자회견에서 “1980년 이후 신자들의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해 거액 헌금으로 생활의 평온을 위헙했다”면서 “피해가 인정된 사람은 약 1550명으로, 금액은 204억엔(약 1800억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가정연합을 해산해야 한다고 꼽는 이유는 고액 헌금과 영감상법(靈感商法)으로 불리는 불법 판매 행위에 있다. 평범한 물건을 비싸게 팔면서 악령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 것으로, 오랜 시간 사회 문제시됐다. 지난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손해배상액 규모만 15억엔(약 135억원)에 달하는 총 22건의 민사소송이 이어졌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해산명령 청구에는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2)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특정 종교단체에 보낸 아베 전 총리 동영상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 어머니가 신자로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건은 여당인 자민당과의 유착 의혹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79명 중 180명이 접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담당상이 지난해 10월 연루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각료 퇴진이 이어졌다. 정계 유착 스캔들로 번지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해산명령을 염두에 둔 가정연합에 대한 ‘질문권’ 행사와 조사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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