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관계개선 후 불가침협의”/북 “불가침·화해 동시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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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무력 불사용 보장이 중요” 강총리/“미군 붙잡을 생각 버려야” 연총리
남북한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호텔신라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양측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3차 남북고위급회담 1차 전체회의를 갖고 남측의 「남북 관계개선 기본합의서」안과 북측의 「북남 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안을 놓고 합의서 채택문제를 집중협의했다.<관계기사 2,3면>
공개리에 진행된 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강영훈 총리는 먼저 기조발언을 통해 북측이 주장하고 있는 불가침선언은 실천의지와 확고한 보장장치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이를 위해 체제존중·비방중지·이산가족교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남북 관계개선 기본합의서」를 채택한 후 1개월내에 정치군사분과위를 설치,불가침선언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측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 총리는 북측이 「기본합의서」를 받아들인다는 조건하에서 우리측이 불가침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한 후 불가침에 관한 우리측 안을 부수적으로 제시했다.
우리측의 불가침안은 무력불사용,상대방체제전복행위 포기,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명시하고 그 보장조치로 ▲군사정보 및 군인사 교류 ▲일정규모 이상의 군사연습 사전통보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기습공격 예방을 위한 현장검증단과 상주감시단의 교환 ▲군사공동위 설치·운영 등을 규정하고 있다.
북측 수석대표인 연형묵 총리는 기조발언에서 『불가침선언 자체가 가장 공고하고 믿음성 있는 신뢰보장조치이며 따라서 불가침선언이 시급히 채택되어야 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귀측의 의견을 고려해 우리의 불가침선언론안과 귀측의 안을 통합해 「북남 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10개항으로 된 북측의 수정안은 ▲상대방의 사상·제도의 인정·존중 ▲내부문제 불간섭 ▲비방중상 중지 ▲무력불사용 및 군비경쟁 중지 ▲단계적 군축실현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각계인사와 동포의 자유로운 왕래 및 접촉 ▲경제합작 및 물자교류의 실현 등을 명시하고 있다.
북측 안은 아울러 ▲끊어진 교통·체신망의 연결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대결중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연 총리는 불가침선언문제에 대해 『이의 채택을 반대하는 귀측 태도의 밑바닥에 미군을 남조선에 계속 붙잡아두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고위급회담 직후 열린 남북 양측 대변인 기자회견에서 12일 안병수 북측 대변인은 우리측의 북방외교를 겨냥,『회담은 지지부진한데 외국을 찾아다니면서 이러저러한 청탁을 하는 것은 고위급회담에 대한 경시이며 노태우 대통령의 방소도 남북문제가 토의되는 한 청탁외교』라고 비난했다.
안 대변인은 『관광이나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신뢰조성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남측은 북의 남침을,북측은 남쪽에 있는 미국의 핵을 우려하고 있으므로 우선 불가침선언부터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원 남측 대변인은 『히틀러나 스탈린의 예에서 보듯 불가침선언이 상대방의 안보태세를 이완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이산가족이 왕래하지도 못 하고 상대방을 비방중상하는 현실에서는 먼저 신뢰구축을 위한 기본틀로서 기본합의서가 마련돼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별취재반
▲정치부=이재학·김진국·문일현·김진 기자
▲사회부=이하경·정선구 기자
▲북한부=안희창 기자
▲사진부=김주만 차장,장남원·김형수 기자
▲시카고지사=이찬삼 국장PN JAD
PD 19901212
PG 01
PQ 02
CP JH
BI S
FT V
CK 01
CS A02
BL 976
TI 한소 「모스크바선언」 채택/14일 정상회담때
TX ◎한반도 냉전종식등 담아/노대통령 내일 방소
노태우 대통령은 13일 우리나라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소련 공식방문길에 오른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초청으로 3박4일간 이뤄지는 이번 소련방문에서 노 대통령은 14일 오전 11시(모스크바 시간) 크렘린궁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의 냉전종식과 무력이나 전쟁에 의하지 않고 한반도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아시아­태평양 및 동북아지역에서의 평화정착 및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내용의 「모스크바공동선언」을 채택,서명할 계획이며 이를 양국 정부간에 협의중에 있다.
모스크바선언은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분단 이후 첫 국제적인 선언으로 향후 남북관계 및 동북아지역 질서재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또 지난 9월30일 양국 수교 이후 양국 관계발전 및 경제 등 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관계를 증진시키는 문제에 대해 깊이있게 논의하는 한편 무역협정·투자보장협정·2중과세방지협정·과학기술교류협정에 서명,체결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13일 오후 모스크바에 도착,크렘린궁에서 개최되는 공식환영행사에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며 저녁에는 숙소에서 재소 한국교민들에게 다과회를 베푼다.
노 대통령은 14일 양국 정상회담 후 소련 대통령위원회 위원 등 주요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하고 오후에는 모스크바대에서 외국국가 원수로서는 첫 연설을 한 후 고르바초프 대통령 초청 공식만찬에 참석한다.
노 대통령은 16일 오후 레닌그라드를 출발,17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다.
노 대통령의 이번 소련방문에는 최호중 외무·박필수 상공·김진현 과기처 장관,공로명 주소 대사 내외,이홍구 대통령정치특보,이현우 대통령경호실장,김종호 해군참모총장,김진재 민자당 총재비서실장,김종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김종휘 대통령외교안보보좌관,노창희 대통령의전수석비서관,이수정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최규완 대통령주치의,박건우 외무부 의전장,나원찬 외무부 구주국장 등 16명이 공식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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