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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인 척" 800만명 카페 운영…'해커스'의 은밀한 바이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취업준비 관련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 공무원시험 준비생 80만명이 모인 독공사(독하게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소유주가 모두 해커스그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개가 넘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면서 해커스와의 관련성은 숨기고 자사 강의나 교재 등을 홍보한 해커스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몰래 운영 카페, 회원 수 800만명 넘어

12일 공정위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16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은밀하게 바이럴 마케팅을 한 해커스에 대해 기만광고 혐의로 과징금 7억8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커스가 운영한 16개 네이버 카페의 회원 수를 모두 합치면 800만명이 넘는다. 예컨대 독취사 카페 회원 수는 329만8000명(12일 기준)에 달한다. 토익 카페 중 회원 수가 가장 많은 토익캠프는 95만5000명이 가입돼있다. 공무원·사기업·공기업‧토익‧공인중개사‧편입‧중국어 등 해커스는 사교육 분야 전반에 걸쳐 커뮤니티를 몰래 운영해왔다.

회원 수 329만8000명(12일 기준)으로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중 최대 규모인 '독취사' 배너에 'with hackers'라는 문구가 써 있다. 해커스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를 표기했다. 네이버카페 캡처

회원 수 329만8000명(12일 기준)으로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중 최대 규모인 '독취사' 배너에 'with hackers'라는 문구가 써 있다. 해커스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를 표기했다. 네이버카페 캡처

해커스는 2008년부터 카페를 직접 개설하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홍보 목적의 운영을 하진 않았다. 그러다 카페 규모가 커진 이후인 2012년 본격적으로 운영을 맡는다. 직원들을 동원해 게시글이나 댓글을 남기도록 하면서 댓글 할당량을 정했다. 해커스는 자사에 유리한 설문조사 결과를 메인화면에 띄우고, 경쟁 온라인 교육업체를 추천하는 게시글을 강제 삭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카페를 홍보 채널로 활용했음에도 관련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만큼 기만 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수험생인 척 “해커스 추천”

사례를 보면 “해커스 인강 어떤가요?”라는 카페 회원이 남긴 질문에 해커스 관계자임을 숨긴 직원은 “기적의 패스 괜찮아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경쟁 회사의 교재 구매를 문의한다는 게시글에는 “저는 해커스 공무원 추천드린다”는 식의 댓글을 썼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해커스는 직원들의 카페 작성 게시글을 목두 삭제하고 카페 화면에 해커스를 기재했다. 고영환 공정위 서울사무소 소비자과장은 “직원 명의 계정을 대부분 회원 탈퇴한 상황이라 증거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쟁 공무원 강의업체 강사의 교재 구매를 고민한다는 공무원 준비생 네이버 카페(독공사)에 올라온 게시글에 달린 댓글. 해커스 직원이 수험생인 것처럼 가장해 댓글을 작성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 공무원 강의업체 강사의 교재 구매를 고민한다는 공무원 준비생 네이버 카페(독공사)에 올라온 게시글에 달린 댓글. 해커스 직원이 수험생인 것처럼 가장해 댓글을 작성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다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문건엔 “해커스 교재만 봐도 충분하다로 끝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지시에 직원들이 “홍보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댓글을 작성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의미다. 16개 카페 운영은 교육기획팀이 맡았다.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전담팀인데 아르바이트생까지 채용했고, 60~70명이 댓글 작성 업무를 맡았다.

플랫폼 소유하면서 바이럴 첫 제재

공정위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하면서 기만광고를 한 기업을 제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쇼핑 플랫폼 등에서 소비자인 것처럼 속이고 후기를 다는 등의 바이럴 마케팅 제재는 있었지만, 회원 수만 수백만명에 달하는 커뮤니티를 직접 운영한 경우는 없었다.

한편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연구소’를 위탁 운영하면서 이 사실을 표시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커뮤니티를 이용해 카카오엔터 소속 연예인을 홍보한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조사 중인데 유사한 사례인 해커스의 첫 제재가 나온 만큼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이전 전통적인 부당 광고와는 다른 바이럴 광고 형태가 유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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