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 업적 기려 「춘사 영화예술상」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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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영화의 개척자 춘사 나운규(1902∼37)의 업적을 기리는 영화계의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
나운규는 26년 자신이 각본·감독·주연한 『아리랑』으로 시작, 그후 11년간 일제아래 짓눌린 한국민중의 한과 기원을 담은 30여편의 작품을 제작, 한국영화 맹아기의 선구역을 다한 민족영화의 창시자다.
이 같은 나운규의 뜻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영화감독협회(위원장 김호선)는 「춘사 영화예술상」을 제정하고 올해부터 해마다 영화제 형식으로 13개 부문에 걸쳐 춘사상을 수여키로 했다.
또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유동훈)는 협회가 주축이 돼 늦어도 92년까지 춘사의 동상을 건립키로 하고 기금조성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격월간 영화전문지 『영화』11, 12월호는 나운규 특집을 꾸며 김규동(시인)·김종욱(문헌연구가)·조희문(영화평론가)·지상학(시나리오작가)씨 등의 글을 통해 춘사의 생애와 영화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하고있다.
이처럼 나운규를 향한 추념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현상은 영화계가 그 동안 그에 대해 대접이 소홀했음을 반성하는데서 출발한다.
이는 동시에 최근 미국직배영화의 외세에 휘말린 영화인들이「민족영화의 정립」이란 대명제 아래 단합, 춘사를 구심점으로 한 한국영화의 뿌리 찾기 작업이란 큰 뜻이 담겨있다.
오는 28일 앰배서더 소피델호텔 서궁볼룸에서 열리는 제1회 「춘사 영화예술상」시상식은 작품·감독·남녀연기·촬영·조명·편집·음악 등 1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각각 뽑는다.
시상방법은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영화학회·영화평론가협회·영화기자 클럽 등이 예심을 해 5편을 후보작으로 가리면 본심 심사위원들이 여기서 부문별 수상자(작)를 결정하게 된다.
행사를 주관하는 감독협회 김 위원장은 『영화계가 말로는 민족영화 운운 하지만 춘사가 만든 작품하나 보존돼 있지 않은게 부끄럽고 안타까운 영화계의 현실』이라며 『춘사상은 이를 철저히 반성하는 토대 위에서 민족영화의 방향 찾기라는 성격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까지 2억원 규모의 춘사가 기금을 모금, 그 과실 금으로 시상금 등을 조달할 방침임을 밝혔다.
『영화』지가 꾸민 춘사특집은 김규동씨가 민족영화의 방향을 세우고 기틀을 다져낸 측면에서 나운규의 생애를 살펴보고, 김종욱씨가 춘사의 작품 『아리랑』『금붕어』『사랑을 찾아서』『아리랑 후편』 등에 대한 당시의 비평자료를 모아 소개하고 있다.
또 조희문씨는 「나운규 작품연구의 문제점」이란 글에서 춘사에 대한 그간의 자료를 엄격히 재해석, 온전한 한국영화사의 복원을 주장하고 있고, 지상학씨는 나운규의 동상건립을 역설하고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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