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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이하 아파트 사라진다…성동·용산엔 씨가 말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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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성수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성수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결혼 3년 차 이모(36)씨는 지난 5월 경기도 하남시의 아파트 한 채를 5억9000만원에 샀다. 3억5000만원의 대출을 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매수’였다. 이씨는 “직장(잠실)과 가까운 송파·강동은 물론 하남·성남에서도 6억원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서울·경기도에서 6억원 이하에 거래된 아파트 비중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선 네 채 중 한 채에 불과했다. 6억원은 중저가 아파트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11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 2만8328건 가운데 6억원 이하는 7145건으로 집계됐다. 비중으로 따지면 25.2%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1~9월 기준) 이후 가장 낮다.

2018년 60%를 웃돌던 이 비중은 2021년 27.6%까지 하락한 뒤, 지난해 부동산 침체로 38.9%로 올랐으나 올해 다시 최저치로 내렸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거래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도 2019년 91.1%에서 올해 74.4%로 줄어 역대 최저치를 새로 썼다.

서울 25개 구 중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성동구로 1.8%에 그쳤다. 이어 용산(4.8%), 강남·송파(5.3%), 서초(6.2%), 동작(7.6%), 마포(7.9%), 광진구(9.2%) 순이었다. 용산·송파·광진·마포구는 1년 전 전체 거래의 10~20%가 6억원 아래였는데, 올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중저가 아파트 감소 현상은 경기도 인기 지역에서도 두드러졌다. 과천에선 6억원 이하 거래가 한 건도 없었고 성남시 분당구(7.8%)와 성남시 수정구(15.7%), 하남시(19.6%), 용인시 수지구(27%) 순으로 비중이 작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는 올 초 부동산 규제 완화에 주택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집값이 오른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1.17% 올랐다. 지난해 1년 치 하락분(-22.2%)의 절반을 7개월 만에 회복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6.13% 상승했다.

5억원대 아파트 중 올해 실거래가가 오른 단지도 적지 않다. 노원구 하계동 학여울청구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5억4000만원에 팔렸는데, 올해 9월엔 6억900만원에 거래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오르면서 6억원 이하 물량 자체가 줄고 있다”며 “현재 서울에선 ‘나 홀로 아파트’나 빌라형 아파트 정도가 6억원 이하”라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116만여 가구의 아파트 중 6억원 이하 비중은 11.3%(6일 기준)로 9채 중 1채에 불과했다. 성동구(0%)와 송파구(0.3%), 광진구(0.6%)는 6억원 이하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는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계속 줄 것으로 본다. 내년 1월까지 ‘부부 연 소득 1억원 이하면서 6억원 이하인 집’을 살 땐 이자가 싼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지만, 해당 물량이 많지 않아 거래 자체는 더 줄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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