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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런 팬들 처음 끌고 다녔다…78세 남진, 이번엔 라틴재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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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남진이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YTN홀에서 열린 신곡 발매 쇼케이스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남진이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YTN홀에서 열린 신곡 발매 쇼케이스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쇼케, 그게 뭐라고요? 쇼케이스! 60년 가수 생활하면서 그걸 처음 해봤어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처음의 설렘은 있다. 반세기 넘게 수많은 팬에게 ‘오빠’라 불렸지만,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던 지난달 신곡 쇼케이스는 그에게 낯설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가수 남진(78)은 신인 가수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최근 신곡 ‘이별도 내 것’과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을 발표한 그는 “가수 생활 중 가장 열심히 한 시기를 꼽으라면, 데뷔 직후와 바로 ‘지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여든 살 남진의 ‘빈 잔’·‘둥지’ 찾고 싶어”

Q: 지난 6월 발표한 '밥사는 사람' 이후, 3개월 만의 신곡이다.
A: 나이를 먹으면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아예 일을 놓아버리거나 완전 강하게 빠져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후자다. 그 어느 때보다 신곡을 만날 때 굉장히 흥분된다. 새로운 여인을 만나듯 가슴이 설레고 뛴다. 어렸을 때야 데이트가 좋았지만, 지금은 노래가 너무 좋다.

Q: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건가.
A: 똑같은 노래를 60년 가까이 불렀는데, 아예 다른 노래더라. 감정과 깊이가 다르다. 스무살 때 부른 ‘님과 함께’와 여든이 다 돼서 부르는 ‘님과 함께’가 같을 수 없지 않나. 이 나이의 ‘빈 잔’, 이 나이의 ‘둥지’를 찾고 싶다. 그 끝이 어디일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노래 안에 머리 끝까지 푹~ 파묻혀 보고 싶은데, 아직 못했다. 남은 시간 노력할 수밖에 없다.

Q: 이번 신곡도 나이에 맞는 감성이 담겼나.
A: ‘이별도 내 것’이란 곡은 사실 30, 40대에 불렀다면 그냥 불렀을 거다. 세월 지나 보니 젊은 시절 연애 때 좋았던 시기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오히려 헤어질 때가 생생하고 더 그립더라. 간·쓸개 다 빼줄 것처럼 하다가 얼음처럼 차가워졌던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슬피 울었던 모습도 생각이 나고. 말 그대로 이별조차도 내 것이었다. 제 곡 ‘상사화’(2014) 가사를 쓴 김병걸 작사가가 작업했다.

'가황', '황제'라는 수식어보다 '영원한 오빠'라는 수식어가 더 좋다는 가수 남진. 활동 60주년을 앞둔 그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절대 대충 끝내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 루첸엔터테인먼트.

'가황', '황제'라는 수식어보다 '영원한 오빠'라는 수식어가 더 좋다는 가수 남진. 활동 60주년을 앞둔 그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절대 대충 끝내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 루첸엔터테인먼트.

레스토랑에서 팝송을 부르다 1964년 가수의 길로 들어선 남진은 “내 음악의 뿌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을 비롯해 트위스트, 재즈 스윙과 같은 팝 음악”이라고 했다. 트로트 뿐 아니라 발라드, 댄스 등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활동을 그가 지향했던 이유다.

이번에 들고 나온 신곡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은 그가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라틴 재즈 댄스곡이다. 경쾌한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남진 표’ 창법이 도드라진다. 히트곡 ‘둥지’(1999)로 콤비를 이룬 차태일 작곡가가 처음 멜로디를 들려줬던 당시에 대해 그는 “듣자마자 흥이 올랐다. 10대 때 한창 좋아했던 느낌의 음악이라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Q: 곡 하나를 내는 데 3년이나 걸렸던 이유는 뭔가.
A: 노래는 곡·가사·가수, 삼 박자가 다 맞아야 한다. 차태일 작곡가와 1년 정도 의기투합해 멜로디를 완성한 후, 내 얼굴에 맞는 가사를 찾느라 오래 걸렸다. 처음엔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작사가에 맡겼는데, 가사는 너무 좋았지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7명의 작사가를 찾았고, 인연이 아닌가 보다 포기했을 때 마침 나와 딱 맞는 가사가 나왔다. 아직도 얼굴을 본 적 없는 무명 작사가의 작품이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의 가사는 곡 작업을 맡은 차태일 작곡가와 한시윤 작사가가 공동 작업했다.)

Q: 유쾌한 얼굴 뒤에 완벽주의가 있다고 하더라.
A: 만족한 적이 없어서다. 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이다. 대한민국이 나를 다 알지 않나. 그래서 불안증이 있고 이제는 자식 있지, 손자 있지,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웃음) 무엇보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다. 팬들은 ‘인간 김남진’이 아닌 ‘가수 남진’을 응원한다.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다.

Q: 팬에 대한 도리라니, 후배들이 배워야 할 마음가짐 같다.
A: 가수 생활을 하면서 하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오빠 부대’의 원조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없었던 말을 만들었고, 그땐 조용필, 나훈아도 없었을 때다. 하하. 그렇게 60년 가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게 팬들이다. 지금도 그렇다.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들 표정이 다 보인다. 여든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맨 앞줄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내 노래에 빠져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정말 힘을 쫙 받으며 보람을 느꼈다.

지난달 18일 발매한 남진의 앨범 '이별도 내것'.

지난달 18일 발매한 남진의 앨범 '이별도 내것'.

남진은 14일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제주, 서울 등 12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오빠 아직 살아있다’를 연다. 이달 말엔 일본 오사카 공연도 예정돼 있다. 체력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말에 그는 “가만히 서서는 10곡을 부를 수 있어도 춤을 추면 다르다.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술·담배 안 하고, 최소 1시간씩 집에서 운동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수로서의 도리, “좋은 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무대에서 나이든 티를 내지 않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내년이면 가수 경력으로 환갑을 맞는 남진은 “이 열정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지금은 불타고 있다”고 했다. 특유의 유쾌함을 섞어 앞으로의 가수 생활을 내다봤다.
“앞으로 제가 4~5년은 더 하지 않겠어요? 하하.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절대 대충 하다 끝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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