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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단장의 기립박수…이정후와의 이별이 다가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키움 이정후가 10일 고척 삼성전을 마친 뒤 구단에서 준비한 송별회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키움 이정후가 10일 고척 삼성전을 마친 뒤 구단에서 준비한 송별회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지난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에서 눈을 떼지 못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피트 푸틸라(34) 단장.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열린 경기를 푸틸라 단장이 직접 찾아와 지켜본 이유가 있었다. 7월 왼쪽 발목 수술을 받은 뒤 이날 복귀전을 치른 키움 외야수 이정후(25)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올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이정후는 10일 홈 최종전을 통해 부상에서 돌아왔다. 키움이 5-3으로 맞선 8회말 대타로 나와 삼성 투수 김태훈과 12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내야 땅볼이었지만, 몸에는 큰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는 하루였다.

시선을 끈 장면은 이정후를 지켜본 푸틸라 단장의 반응이었다. 경기 내내 앉아서 관전하던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가 대타로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박수를 치며 응원까지 보냈다. 범타로 물러난 뒤에도 박수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푸틸라 단장의 기립박수는 곧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방증한다. 지난해 프로야구 타격 5관왕와 MVP를 차지하면서 최고의 스타가 된 이정후는 몇 년 전부터 미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시기였는데 아직 FA가 아니지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기로 하면서 올 시즌이 끝나고 도전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10일 고척 삼성-키움전에서 이정후가 8회 대타로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SBS스포츠 캡처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이 10일 고척 삼성-키움전에서 이정후가 8회 대타로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SBS스포츠 캡처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정후는 “계약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어느 구단과 이야기할지도 아직 모른다. 포스팅 시스템이 시작되면 에이전트에서 잘 진행해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간 김하성 형과 많은 이야기를 한다. 마침 내일 귀국해서 더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 형의 미국 진출 과정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현지 적응의 최대 과제인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정후는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현지 적응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하고는 있는데 매일매일 하지 않아서인지 자꾸 까먹는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키움 이정후가 10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키움 이정후가 10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이정후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특별한 송별회를 맞이했다. 키움 구단은 홈 최종전 직후 전광판을 통해 이정후의 2017년 데뷔부터 지난해 MVP 등극까지의 과정이 담긴 영상을 상영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성장을 함께한 키움 구단이 준비한 이별 선물. 팬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정후와 마지막 추억을 나눴다.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정후는 “어젯밤부터 많이 설랬다. 긴장도 많이 했다. 홈구장에서의 내 마지막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준비했다”면서 “7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앞으로 7년보다 더 긴 야구 인생이 남았겠지만, 내가 처음 시작했던 이 7년은 가슴 속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면서 팬들과 잠시 이별하는 심정을 이야기했다.

키움 이정후(왼쪽 2번째)가 10일 고척 삼성전을 마친 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키움 이정후(왼쪽 2번째)가 10일 고척 삼성전을 마친 뒤 동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는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배들을 어릴 적부터 지켜보며 빅리거로서의 꿈을 키웠다. 이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 자신도 후배들로부터 선망 받을 수 있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정후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프로야구 1군 선수가 됐다고 만족하지 말라고 말이다. 1군이 목표가 아니라 프로야구 최고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선배들처럼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다음 후배들이 계속 메이저리그로 올 수 있도록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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