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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부조 위에 그린 빨간 '석류'... 나폴리 전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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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지민, Regeneration-Untitled II, 47.5 X 47.5cm, Porcelain on Wood. [사진 지민아트]

승지민, Regeneration-Untitled II, 47.5 X 47.5cm, Porcelain on Wood. [사진 지민아트]

승지민, Cell Division-Life flourishes at midnight II , 91cm X 117cm Porcelain,캔버스에 유채.[사진 지민아트]

승지민, Cell Division-Life flourishes at midnight II , 91cm X 117cm Porcelain,캔버스에 유채.[사진 지민아트]

한국의 멋과 여성성을 도자화로 표현해온 포슬린 아티스트 승지민의 전시가 이탈리아 나폴리 패션박물관에서 12~22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나폴리 패션박물관 초대로 이뤄졌으며, 정윤민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린다. 이 전시에서 승씨는 작품 14점을, 정씨는 3점을 선보인다.

승지민, 나폴리 패션박물관 전시 #정윤민 패션디자이너와 함께 #"석류는 생명, 다산, 풍요 상징" #여성학 공부하고 시작한 작업 #

'포슬린 아트'란 유약 작업을 마친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 뒤, 고온에서 한 번 더 구워 안료를 입히는 기법을 뜻한다. 중국 명청시대,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예술 기법이기도 하다.

승씨는 주로 백자 달항아리 부조나 토르소에 알알이 씨가 박힌 석류를 그려 넣어왔다. 최근엔 도자 위에 그림을 그릴 뿐 아니라 캔버스와 레진(토르소) 등으로 표현 매체를 확장해가는 중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바로 석류의 이미지다.

승씨는 대학에서 미술 이론(서울대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고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주립대에서 여성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를 마치고 남편 해외 근무지인 폴란드에서 포슬린 아트를 처음 접한 뒤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4년 국제 포슬린 작가협회 비엔날레 은상, 2005년 리스본 도자기 페인팅 세계대회 금상을 받았다.

승지민, Deliberate Cell Division-Sister Spirit V. 71.7cm X 90.9cm,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사진 지민아트]

승지민, Deliberate Cell Division-Sister Spirit V. 71.7cm X 90.9cm,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사진 지민아트]

패션 디자이너 정윤민이 석류를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사진 정윤민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정윤민이 석류를 모티프로 제작한 작품[사진 정윤민 디자이너]

그런데 그는 왜 '석류'라는 소재에 매달려 왔을까. 승씨는 "석류는 동서양에서 모두 여성과 다산(多産)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르네상스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석류 열매를 든 성모와 아기 예수’ 같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석류는 풍요로움과 여성성의 상징"이라는 것. 여기에서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석류 이미지와 한국의 전통 미학을 대변하는 달항아리 이미지를 결합했다. "달항아리가 발산하는 여성적인 곡선과 은은한 아름다움, 귀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석류를 하나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도자기 토르소 역시 작가가 도예가와 협업해 만들어낸 새로운 연작이다.

포슬린 아트로 시작해 점차 작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승지민 작가. [지민아트]

포슬린 아트로 시작해 점차 작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승지민 작가. [지민아트]

승씨는 지난 20년간 국내외에서 전시를 꾸준히 열어왔다. 2018년 터키 이스탄불 컨템포러리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한 이래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금산갤러리, 2022년 6월 갤러리 나우(그룹전),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으며, 2022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임상빈 성신여대 서양화과 교수는 "승 작가는 전통적인 재료와 실제 캔버스를 사용함에도 거리낌이 없으며 3D 프린터와 레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시대의 모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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