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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문계 법카 지적 당하자…文중기부, 감사실 인사 물갈이"

중앙일보

입력

2019년 5월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박영선(왼쪽 셋째)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5월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박영선(왼쪽 셋째)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감사담당관실 소속 직원들이 친문(親文) 인사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대대적인 물갈이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인사 후엔 감사보고서 실적이 급감하는 등 감사 역량이 떨어졌고,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감사원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 박영선 당시 중기부 장관은 감사담당관실 직원 대다수를 전보 조치했다. 실무자가 5명을 교체하는 인력배치안을 보고하자, 박 장관은 2명을 추가 교체하도록 지시하면서 10명 중 7명을 교체하는 이례적 조치가 박 장관의 구두지시로 이뤄졌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사담당자가 3년 이상 장기 근무하게 함으로써 감사 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중기부 감사 규정 제11조를 위반한 행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당시 교체된 사무관 3명과 주무관 4명 가운데 3년 미만 근무자가 5명에 달했고, 2년 미만 근무자도 2명이었다. 중기부는 당시 “감사관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임용권자인 장관의 지시로 전보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7명이 빠져나간 자리엔 5명만 충원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뉴스1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뉴스1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감사 규정까지 어겨가며 무리하게 감사실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것은 감사실이 친문계 인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보 조치 1년 5개월 전인 2018년 11월 중기부 감사관실이 진행한 감사를 근거로 들고 있다. 그때는 7명의 전보 조치 대상자가 대부분이 감사관실에 근무하던 시점이었다. 당시 감사관실은 중기부 산하 공영홈쇼핑에 대한 감사에서 법인카드 사용의 문제점을 발견해 ‘기관주의’를 통보했다. 당시 공영홈쇼핑은 최창희 대표가 이끌었고, 그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홍보고문을 맡아 ‘사람이 먼저다’ 슬로건을 만든 인물이다. 공영홈쇼핑 상임감사 또한 대표적 친문계 의원인 김태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었다.

공영홈쇼핑 법인카드 문제 지적 9개월 뒤인 2019년 8월 감사관실은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의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 20건의 문제 사항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 재단은 중기부 퇴직 관료가 사무총장과 본부장 등의 자리를 맡으며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다.

이러한 ‘보복 인사’ 논란이 커지자 감사원은 지난해 8월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임용권자는 소속 공무원의 필수 보직 기간이 지나야 다른 직위에 전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필수 보직 기간은 3년으로 되어 있다”며 “감사담당자의 장기 근속을 보장하여 감사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라”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실제 감사관실 대규모 인사 조치 후 중기부 감사실의 감사 실적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건, 2019년 18건, 2020년 16건이던 감사보고서 건수가 2021년 2건, 2022년 3건으로 줄었다. 심지어 2021년 진행된 감사 2건은 국회가 요구한 특정감사 건이어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감사는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이종배 의원은 “지금이라도 감사관실 물갈이 배경을 조사하고 전보된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장관 입맛대로 주먹구구식 인력 배치를 단행하지 못하도록 하고 감사실의 독립성과 근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과장 이하 직원 인사와 관련해서는 장관이 관여를 안 했어도 결재는 장관 명의로 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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