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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하마스 인질 중 한국인 없어…유사시 철수 대책 강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최근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납치한 외국인 인질 중 "한국인은 없다"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밝혔다. 또 "현지 사정을 보며 안전 대책과 철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아직 교민 피해 없어"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인 인질 피해와 관련해 "아직 공관에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기 체류자의 경우) 주로 성지 순례를 간 사람들이 많은데, 동선이 비슷하기 때문에 현지 공관에서 이를 전부 파악하는 중이고 필요하면 일일이 연락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민간인 수백명을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스라엘 외교부에 따르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은 100여명에 달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장기 체류자 약 570명, 단기 체류자 약 480명으로 총 1000여명이다. 하마스가 통제하고 있는 가자지구에는 일가족 5명이 머물고 있다. 박 장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한국과의) 직항 노선이 있다"며 "대한항공이 1주일에 3번씩 월·수·금요일 운행하고, 단기 체류자는 직항편을 이용해 귀국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측이 지난 7일(현지시간) 붙잡힌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가자지구로 데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하마스 측이 지난 7일(현지시간) 붙잡힌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가자지구로 데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단기 체류자 중 191명은 10일(현지시간) 오후 1시 45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떠나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또한 같은 날 27명이 육로를 통해 요르단으로 이동하고, 30명이 터키항공을 이용해 출국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스라엘에 잔류할 예정인 230명에 대해서도 항공편과 육로를 통한 출국 방법을 안내 중"이라고 설명했다.

"확전 양상 주시 중" 

현지 정세와 관련해 박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점차 심화하면서 예기치 못한 기습 공격이 이뤄졌고, 전쟁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며 "정부는 관련국 움직임을 잘 보면서 중동의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한국 정부도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한국의 테러법상 유엔에서 지정된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지만, 하마스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행 테러방지법은 "'테러 단체'란 유엔이 지정한 테러 단체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박 장관은 "북한과 하마스와의 무기 거래가 한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명백하고 그런 증거가 있을 경우엔 차단하든 제재하든 어떤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하마스가 북한산 무기를 사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가자 지구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가자 지구로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IMO 총회 발언록 두고 설전

이날 국감에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공방도 벌어졌다. 특히 이달 초 국제해사기구(IMO)의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 대표단이 한 발언 전문을 외교부가 공개해야 하는지를 두고 회의 초반부터 설전이 벌어졌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개 회의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한 발언을 국회가 받아볼 수 없다면 정부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우리 대표단이 일본의 방류를 정당화하고 일본 편만 들고 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지난 정부와 같은 원칙에서 방류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까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며 "IMO 총회에 참석한 수석대표 발언 전문을 공개하는 것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총회의 공식적인 결과 보고서는 추후 사무국이 공표할 예정이고, 당사국 총회 자체는 해양수산부 주관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먼저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투기'로 분류한 박 장관의 서류에 형광펜 밑줄이 보인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투기'로 분류한 박 장관의 서류에 형광펜 밑줄이 보인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서훈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 장관은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 해법이 이행되는 상황이기에 그런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양 할머니) 이외에도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 나선 여타 피해자들이 있기에 그분들과 형평성도 상훈 수여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 수여를 추진했지만 외교부가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당시 외교부는 "특정인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단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날 박 장관의 답변은 "정부 해법의 이행 측면"까지 언급하고 있어 다소 결이 달라졌다. 양 할머니는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거부하는 피해자 4명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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