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북한 접경지역에서 진귀한 겨울 철새인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가 발견됐다. 이석우(65) 임진강생태네트워크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전 8시쯤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인근 임진강 밭에서 멸종위기종 1급 겨울 철새 황새 한 마리가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발견된 장소 반경 1㎞ 이내엔 임진강변 습지가 널리 분포돼 있다.
황새를 발견해 사진을 촬영한 농부 이병주(67)씨는 “사진과 영상으로만 봐오던 황새를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 실제 목격한 게 반갑고 신기했다”며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 평생 살며 24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데, 어린 시절 말로만 들었던 황새를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리에 인식표 찬 황새…자연으로 방사된 개체인 듯
임진강생태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황새는 몸길이 1m에 몸무게는 4㎏ 정도 되는 성체다. 황새의 암수는 생김새가 거의 같아서 겉모습으로 구별이 어렵다. 특이한 점은 한쪽 다리에 인식표(가락지)가 채워져 있었다는 점이다. 밴딩은 황새를 방사할 때 해당 기관 측이 추적 확인을 위해 다리에 가락지 형태로 부착하는 것이다. 다만 가까이서 관찰된 게 아니어서 인식표의 내용은 확인되지 못했다. 이석우 대표는 “인식표로 미뤄볼 때 국내 황새복원 기관 또는 해외의 기관이 인식표를 부착해 자연으로 돌려보낸 황새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황새는 전 세계에 3000여 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동북부인 시베리아와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지방에서 주로 번식한다. 한국과 중국 남부지역, 양쯔강 유역, 타이완 남부지역, 홍콩, 일본 등지에서 소수의 개체가 겨울을 보낸다. 키 큰 나무나 인공 구조물(송전탑 등)에 둥지를 지으며 연안 습지, 갯벌, 농경지에서 개구리, 미꾸리, 붕어, 뱀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습지와 하천 매립, 개간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감소하고, 감전 또는 전깃줄 충돌 등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앞서 임진강생태네트워크는 지난 6월 24일 오후 이번 황새 발견지점 인근 임진강 습지에서 황새 한 마리를 발견한 바 있다. 당시 발견했던 황새는 다리에 인식표가 없어, 이번 황새와 달리 자연에 자생하는 황새 개체로 추정됐다.
황새는 1971년 4월 4일 충북 음성에서 번식하던 한 쌍 중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수컷이 죽으면서 텃새로서의 대가 끊겼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로 번식하는 황새가 발견되지 않았다.
황새 복원 사업이 본격화한 건 1996년 10월 한국교원대가 황새복원센터(현 황새생태연구원) 문을 열면서부터다. 2015년 9월 3일부터 순차적으로 자연에 방사되고 있다. 이후에도 충남 예산 등 지자체가 환경단체 등과 협력해 황새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요즘은 전남 해남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겨울에 시베리아 등지에서 소수의 황새가 날아와 월동 후 봄에 돌아간다. 이석우 대표는 “이번에 발견된 황새가 충청 지역에서 복원 후 방사된 개체가 서식환경이 좋은 연천 민통선 지역 일대로 서식지를 옮겨와 텃새 화 됐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