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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설 공기업의 하도급 갑질…공정위, 과징금 30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국 공기업인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공사)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사가 국내 건설 하도급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혐의다.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늦게 돈을 주고도 법에 정해진 지연이자를 빼먹었다가 적발됐다. 하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특약을 부당하게 설정하는 등 원청의 갑질은 다방면으로 이뤄졌다.

중국 공기업, 제주 드림타워 시공 맡아

10일 공정위는 공사에 과징금 30억원을 부과하고, 39억원의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2억4000만원에 대한 지급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사는 1982년 설립된 건설회사로, 중국 공기업이다. 중국 북경에 본사를 두고 미국‧유럽‧아프리카 등에 해외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해 건설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엔 한국지사 개념의 영업소를 두고 있다.

2017년 10월 완공 전인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건설현장. 최충일 기자

2017년 10월 완공 전인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건설현장. 최충일 기자

문제가 된 건 제주 드림타워 신축공사 관련 하도급 계약이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제주 드림타워는 지하 6층, 지상 38층 규모의 복합 리조트로 제주 최대 규모 건축물이다. 공사는 이 건물의 시공 사업을 맡았다. 문제가 된 하도급업체는 이 건물의 소방설비 설치를 맡았다.

대금·지연이자 41억원 미지급

공사는 하도급업체에 줘야 하는 대금 39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소방설비 설치 작업을 진행해 마무리했지만 일부 공사대금은 2년 넘게 지급을 미뤄왔다. 공정위 조사 이후 39억원 중 일부를 지급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전액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공정위는 지급 명령을 부과했다. 또 일부 하도급 대금은 기한을 넘겨서 주고서도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2억원에 대한 지연이자만 2억4000만원에 달한다.

공사는 소방설비 공사를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기도 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청은 공사의 내용과 시기, 지급기일 등을 담은 계약 서면을 발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는 생략됐다. 대신 부당한 특약을 설정했다. 물가변동에 따른 대금 조정을 인정해주지 않는 조항, 선급금을 주지 않는 조항 등을 설정해 공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강요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에도 제주 드림타워 신축공사 관련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사를 한 차례 제재한 적 있다. 공사가 방진매트 공사를 위탁하고서 7개월이 지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한 혐의다. 당시엔 과징금 없이 재발 방지 명령만 부과했는데 중국 공기업의 하도급 갑질이 반복된 만큼 이번엔 제재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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